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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하니바람15호] ‘일흔’ 내 인생 바꿔놓은 한겨레가 그립습니다

등록 2007-07-30 00:08수정 2018-05-29 18:12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 닷새째인 지난 23일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평화재향군인회 최사묵 대표(왼쪽)와 김환영 사무처장. 정철운 파병반대국민행동 제공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 닷새째인 지난 23일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평화재향군인회 최사묵 대표(왼쪽)와 김환영 사무처장. 정철운 파병반대국민행동 제공
민들레소식
저는 15년간 군 생활을 했습니다. 소대장·중대장 시절 대원들에게 “우리를 도와준 맹방 미군의 고마운 은혜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쳐부수자 공산당!”, “멸공통일, 북진통일!”의 멸공 교육을 열심히 시켜 여러번 상도 받았습니다. 제대한 뒤에도 군대 동기들이나 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한잔하게 되면 “철부지 대학생들과 노동자들이 빨갱이들의 조종에 놀아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데모를 일삼고 있는 작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혀를 차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최충묵)이 저희 집에 들렀다가 조선일보가 널려 있는 것을 보고 앉지도 않고 노발대발하시는게 아니겠습니까. “너 그걸 신문이라고 보고 있느냐? 친일 앞잡이, 군사독재의 부역자인 없어져야 할 신문인 줄 몰랐단 말이냐? 의병대장님(최구현·2004년 8월15일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이셨던 할아버님 앞에 부끄럽지 않으냐?”라고 형은 저를 크게 꾸짖으며 당장 한겨레로 바꾸라 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일흔의 나이에 한겨레 독자가 되었습니다. 군 생활 때부터 조선일보에 세뇌되어 냉전 극우적으로만 길들여진 사고의 틀이 한겨레를 보면서 확 바뀌었습니다. 진실과 정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군대개혁에 관해 표명렬씨(현 평화재향군인회 대표)가 <한겨레>에 ‘쾌도난마(快刀亂麻)’로 써내려간 글이 자주 나와 좋았습니다. 그래서 신문을 복사해 주위 사람들에게 돌렸습니다.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린 신문 복사하기를 넘어 아예 책자로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2005년 표명렬씨와 함께 ‘평화재향군인회(www.pcorea.net)’를 창립했습니다. 지금은 어려운 살림이지만 월남전에 참가했던 미군들을 초청해 노근리를 방문하는 등 뜻깊은 일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 인생을 바꿔준 한겨레이지만, 최근 저는 풀이 죽어 있습니다. 주위의 한겨레 열성 팬들 중에 “한겨레가 맛이 갔다”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니 당연히 한겨레도 변해야겠지만, 그래도 영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예전 표명렬씨의 글과 같은 시원 명쾌한 글을 이제는 자주 접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다른 신문들은 평화재향군인회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관계자들을 따라다니며 집요하게 질문을 하는데, 어째서 한겨레는 관심을 줄이고 소극적인가요? 한겨레, 정말로 맛이 간 것인가요, 아니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알맞게 변해가고 있는 것일까요?

최사묵 samook@empal.com/<한겨레> 주주·독자, 평화재향군인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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