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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법 시행령 잘 만들라/김영호

등록 2005-03-31 18:49수정 2005-03-31 18:49

새해 벽두에 태어난 신문법에는 알맹이는 온데 간데 없고 허울만 남아있다. 국회가 시민-사회단체의 우산기구인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입법청원한 신문법의 핵심 사항을 고스란히 빼버렸기 때문이다. 앞으로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고 시장 정상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신문법을 마땅히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당분간은 부족한대로 가는 도리밖에 없다. 시행령이라도 제대로 만들어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 선택이다.

많은 신문사들이 겉은 주식회사라고 하지만 속은 소유-경영-지배가 1인에게 일치하는 개인기업이다. 사주의 지배력을 축소하지 않고는 편파-왜곡보도를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언개련 안은 지분한도를 30%로 제한하도록 했다. 그런데 그것을 없애버렸다. 편집권 보장을 위한 또 다른 장치로 편집위원회, 독자권익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입법청원했다. 이것마저 임의조항으로 바뀌어 버렸다. 소유분산과 함께 이 조항을 우선지원 대상으로 삼도록 시행령에 담아야 한다.

신문산업은 15년이 넘는 출혈경쟁으로 인해 공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무엇보다도 시장집중에 따른 여론 독과점의 폐해가 심각하다. 그래서 언개련 안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점유율 상한선을 공정거래법보다 강화하여 1사 30%, 상위 3사 60%로 설정했다. 신문법이 그 비율을 그대로 수용했으나 규제업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맡겨 버렸다. 공정위는 불법 판촉행위를 방관해왔다는 점에서 집행 의지가 의심스럽다.

그나마도 규제대상을 확대하여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경제지, 스포츠지는 종합지의 동종 상품이 아니다. 하지만 정도 차이는 있어도 일반 뉴스를 보도-논평한다는 점에서 유사상품으로 보아 규제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런데 단지 신문이라는 이유로 경쟁관계에 있지도 않은 업종별 전문지마저 포함시켰다. 승용차를 규제한다면서 같은 탈것이라며 이륜거도 함께 묶는 논리나 다름없다. 이종상품이니 당연히 제외했어야 한다.

이 법은 독과점을 규제한다면서 영세 사업자를 포함시킨 모순을 지녔다. 또 일부 지역-계층에 공급하는 신문에다가 격일간지도 규제대상으로 삼는다. 공통분모를 키움으로써 신문재벌이 빠져나갈 수 있는 함정을 만든 셈이다. 시장 점유율 0.5% 이하의 사업자는 산업피해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행령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경우 일부 중앙지가 빠지는 문제가 생긴다. 점유율을 더 낮춰서라도 영세사업자를 빼는 것이 옳다.

신문산업이 위기상황에 빠졌지만 정부지원은 언론장악을 노린 불순한 의도로 비칠 수 있다. 신문이 정부지원을 받을 만큼 국민적 신뢰를 얻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점에서 정부 개입이 국민적 설득력을 얻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신문 산업을 살려야 여론 독과점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그 까닭에 지원 주체를 신문발전위원회가 아닌 여론다양성위원회로 규정했던 것이다.

신문법이 지원 주체로 신문발전위원회-신문발전기금-신문유통원을 규정하고 있으나 유기적 연계성이 부족하다.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언개련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정부투자의 유통공사를 만들자고 했다. 그런데 신문법은 공동배달을 법인 형태의 신문유통원에 맡기고 있다. 이 법인은 법적 지위와 구성 주체가 불분명하다. 실행력을 갖자면 신문발전기금이 신문유통원에 출자해서 지주회사의 역할을 맡도록 시행령에서 보완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지원사업에는 언론피해구제법에서 빠진 언론보도 피해자 상담-구제를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문발전위원회 위원도 잘 뽑아야 한다. 위원은 개혁의지가 투철하고 신문시장과 기업 경영을 잘 알아야 한다. 정치권이나 기웃거리는 엉뚱한 인사들을 발탁하면 일을 망친다. 시행령이라도 제대로 만들라. 지난 10년 동안 언론운동 진영의 외로운 투쟁이 허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김영호/ 언론개혁국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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