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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취재선진화’ 밀어붙이기…곳곳 파열음

등록 2007-08-21 19:36수정 2007-08-21 22:12

정부가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마련한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 통합 브리핑룸에서 21일 오후 관계자들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외교통상부 기자단에게 이곳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했지만, 기자들은 ‘현재 수준의 취재 접근권 보장’을 요구하며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정부가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마련한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 통합 브리핑룸에서 21일 오후 관계자들이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외교통상부 기자단에게 이곳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했지만, 기자들은 ‘현재 수준의 취재 접근권 보장’을 요구하며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일선 부처 기자단 “언론통제” 반발 잇따라
“취재접근권 현수준 보장” 요구 브리핑 등 거부
외교부만 ‘사전약속뒤 대면접촉 검토’ 실마리
정부가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밀어붙이면서 행정기관 곳곳에서 마찰이 일고 있다. 정부·언론 간 취재 규칙이 서지 않은 채 소모적 다툼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경찰청은 지난 14일 경찰관에 대한 직접 취재를 크게 제한하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는 전화·면담 취재 때 지방경찰청 홍보관리관실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허가를 받더라도 경찰관을 기사송고실 옆 접견실에서만 만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17개 언론사 경찰 취재 기자들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 “사실상 경찰에 대한 취재를 완전 봉쇄하고 경찰을 언론의 감시에서 차단시키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반영된 ‘취재 제한 조치’로 규정한다”며 “출입기자 등록 및 출입가능 지역 제한 등 모든 내용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다음날 경찰청 홍보관리관은 “일선 경찰서는 면담신청서 없이 방문 및 전화 취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형사계, 교통사고조사계, 민원실은 항상 출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은 홍보관리관실을 거치도록 하는 등 정부 방침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당초 선진화 방안대로 하겠다”고 못박았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 출입기자들은 “일선 경찰서에 대한 방문 및 전화 취재를 보장하겠다는 경찰의 말을 명확한 근거 없인 믿을 수 없다”며 경찰청에 구체적인 지침과 공문을 보내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경찰은 다른 중앙행정기관과 달리 일반 시민들이 수시로 출입하는 민원기관의 성격이 있다. 따라서 일반 시민도 출입하는 공간을 취재진에게 제한하려는 처사는 비판받을 여지가 크다. 게다가 정부 당국자들의 말이 오락가락하는 점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찰 취재 문제와 관련해선 기존 기자단의 폐쇄성 해소를 전제로 취재 제한을 두지 않는 방안을 청와대도 한때 검토했다.

외교통상부=외교부는 지난 13일 기자단에 청사 1층에 새로 만든 통합 브리핑룸으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남북 정상회담 등 현안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전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며 기존 기사송고실에 머물렀다.

외교부는 16일과 19일 기존 브리핑룸이 아닌 통합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열었지만, 참석한 기자는 각각 단 두 명씩이었다. 다른 기자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합 브리핑제를 밀어붙이는 것은 기자와 취재원(정부 당국자)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브리핑을 거부했다.


외교부 기자단은 20일 국정홍보처 방선규 홍보협력단장과의 간담회에서 “취재 접근권을 최소한 현재 수준으로 보장하고 이를 공식 확인해줄 것”을 요구했다. 기자단은 이전처럼 △사전 약속을 통한 사무실 방문과 대면접촉 허용 △협의를 전제로 한 엠바고(보도 유예)와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 브리핑 실시 △전화취재 보장 등을 요청했다.

외교부 기자단이 제기한 ‘취재 접근권’ 개념은 ‘취재지원 선진화 사태’를 풀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요구한 ‘사무실 무단출입 자제’를 기자들이 받아들이되, 거꾸로 ‘사전 약속에 의한 취재원 대면접촉 허용’을 기자들이 요구한 까닭이다. 사전 약속에 의한 취재원 접촉은 외국에서도 일반화된 관행이다. 이에 따라 방선규 홍보협력단장도 지난 20일 외교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일단 답변했다.

노동부·건교부=노동부 기자단은 지난 16일 총회를 열고 “정부가 기자들과의 협의 없이 사무실 방문과 전화 취재를 제한하는 조치를 강행한다면 정례 브리핑을 거부하고, 전자브리핑 제도도 이용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건교부 기자단은 20일 성명을 내어 “건교부는 중앙행정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도 이번 취재 제한 조치로 제대로 감시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기자들의 건교부 청사 출입을 제한하고 전화 취재마저 막으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기자단은 전자브리핑 제도와 일방적인 엠바고를 거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비리 감시’의 경우 정부 스스로 감찰기능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이어서, 양자 간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 진단=사태 해결을 위한 체계적인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정홍보처와 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는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인과의 토론회’ 이후 상호 협의를 통해 한때 일정 수준의 접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기자협회 다수 구성원이 협의 미진을 이유로 집행부를 사실상 불신임하면서, 정부·언론단체 간 대화는 끊긴 상태다. 개별 부처 공보담당자와 출입기자들 사이에 소모적 다툼이 벌어지는 데는 이런 배경도 한몫했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와 언론이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공익이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며 “국정홍보처와 기자협회가 지금부터라도 토론을 다시 벌여 합의함으로써 불필요한 싸움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부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마찰이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세련된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기자들도 출입처 중심의 익숙한 관행과 기득권을 버리고 무엇이 더 국민의 알권리에 도움이 될지를 고민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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