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 특위’ 첫 회의 총리훈령 독소조항 수정 촉구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두고 범언론계에서 다기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다.
신문·방송·통신 등 55개사의 편집 간부들을 회원으로 하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변용식)는 30일 편집·보도국장 긴급 회의를 열고 “정부는 일련의 언론탄압 조치들을 즉각 전면 철회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정부에 대한 취재·접근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조치는 취재한 사실의 보도에 개입하려 했던 군사정권 시절보다 질적으로 더 나쁜 언론 탄압”이라며 “정부의 취재봉쇄 조치들은 일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조선·중앙·동아·한국일보·경향신문, 에스비에스·시비에스 등 28개사 편집·보도국장이 참석했으며, 내일신문 등 19개사는 위임 뜻을 전했다. 중앙언론사 가운데 한겨레, 한국방송, 문화방송은 참여하지 않았다. 김종구 한겨레 편집국장은 “<한겨레>가 보는 취재선진화 방안의 문제점을 신문지면을 통해 꾸준히 지적해왔으며, 다른 언론매체도 자신들의 지면 등을 통해 나름의 시각을 드러내온 상황”이라며 “그런 마당에 편집·보도국장들이 굳이 따로 모여 무엇을 논의하고 행동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행정자치부·통일부·국무총리실 등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4개 부처 출입기자들은 이날 공동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은 언론자유를 봉쇄하기 위한 의도된 조처”라며 “즉각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언론계 일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알고 있고,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데 아무런 이의가 없다”며 “그러나 정부가 언론 전체를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국민과 유리시키려는 기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자단의 일부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이를 고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이전과 달라진 태도다.
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들이 함께 모인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취재시스템 개선 특위(가칭)’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특위는 이날 회의에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관련 총리 훈령 가운데 언론계가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고 있는 제11조(모든 취재를 홍보 담당부서를 통해 하도록 한 것)와 제12조(공무원과의 접촉을 특정 장소에서만 하도록 한 것)에 대해 정부가 언론들의 합리적인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을 정했다.
특위는 이와 함께 기자들 또한 폐쇄적 기자단의 폐해를 인정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특단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도 뜻을 모았다. 정부와 언론이 극단적으로 맞설 게 아니라 양쪽 모두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협의함으로써 합리적인 취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연대는 다음주 운영위원회를 거쳐 이런 방침을 기본으로 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정민 이재명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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