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소위 ‘정부에 일임’ 결정했다가
일부 위원·언론단체 반발에 백지화
일부 위원·언론단체 반발에 백지화
방송기구와 통신기구를 합치는 방송통신융합기구 개편안을 논의중인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방송정책을 정부에 일임하는 안에 잠정합의했다가 일부 위원과 언론·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합의를 되돌렸다. 원점으로 돌아간 방통융합기구 개편 논의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방통특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달 28일 4차 회의를 열어 기존 잠정합의안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소위는 지난달 17일 3차 회의에서 방송·통신의 진흥(정책·집행), 규제 정책 기능은 정부부처로 통합하고 대통령 소속 위원회에는 규제 집행 기능만 주도록 하는 안에 잠정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정보통신부의 후신 격인 정부부처가 방송에 대한 대부분의 기능을 가져가는 것이다. 이날 잠정합의는 전체 6명 위원 중 정청래(대통합민주신당)·정종복(한나라당) 의원이 빠진 가운데 이뤄졌다.
4차 회의에서 정청래 의원은 “잠정합의안대로 된다면 공보처가 방송을 장악한 5공 시대로 회귀한다는 비판이 일 것”이라며 반대 뜻을 나타냈다. 정 의원은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방송에 대한 규제(정책·집행)뿐 아니라 일부 진흥 기능까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복 의원도 규제 기능을 위원회에 일임하는 안을 지지했다.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도 이런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방통특위는 방통융합기구 개편안을 올해 안에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위원들 간 견해차가 워낙 커 연내 처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방송의 독립성·공공성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수적 우위를 앞세운 표결 처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회 일정 또한 빠듯하다. 국정감사가 17일 시작되는데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끝나면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방통특위 법안심사소위는 아이피티브이(IPTV) 법안 논의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방통융합기구 개편안 논의에만 매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결국 차기 국회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웅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은 “정치 일정이 복잡해 소위 개최조차도 만만치 않지만 원만하고 합리적인 대안 도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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