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노사 협의
최근 <문화일보>는 기자들의 저작권을 두고 노·사간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논설위원과 기자들이 신문에 썼던 내용을 회사밖 출판사에서 책으로 내려는 데 대해 회사쪽에서 “먼저 저작권 문제를 회사내규로 제정하자”고 노조에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사는 지난 3월초부터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다른 언론사에서도 생겨날 수 있는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노·사간에 쟁점이 되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신문에 실리지 않은 취재·보고 내용을 가지고 논설위원이나 기자가 출판하려는 경우, 이에 대한 기자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다른 대부분 언론사들의 사규에도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회사는 “직무상 작성된 것은 공표되지 않았더라도 저작권이 회사에 귀속된다”는 의견이고, 노조는 “저작권법에도 신문 기사와 같은 단체명의저작물의 저작권은 ‘공표된 것’에 한정되므로 직무상 작성된 것이라도 공표되지 않은 글의 저작권은 기자 개인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공표된 것’이라는 저작권법 9조의 규정에 대해서는 법조계나 학계에서도 의견이 조금 갈린다. 박성호 한양대 교수(법학)는 “저작권법 9조에 따르면 단체명의저작권은 ‘공표된 것’에 한해 인정되므로 기자가 직무상 취재한 내용 전체의 저작권이 회사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진의 경우 보도된 것 외에도 포토뱅크 등의 형태로 등록된 것을 모두 회사에 귀속시키는데 이는 예외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있다. 저작물조정심의위원회의 김정국 팀장은 “학계에서는 단체명의저작권을 공표된 것에 한정하지 않고 ‘공표가 예상된 것’까지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신문에 기사로 나가지 않았더라도 회사에 보고했거나 보도를 위해 취재한 것까지도 모두 직무상 작성돼 ‘공표된 것’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단체명의저작권에 기명칼럼과 같은 기명 저작물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어떤 논설위원이나 외부 필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고정적으로 쓰는 글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필자 개인에게 귀속시키도록 저작권법 9조가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쟁점은 기자가 신문에 쓴 글을 가지고 신문사 외부에서 출판하려는 경우 기자의 저작권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문화>의 회사쪽에서는 “기자 자신이 보도했고 사외 출판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회사의 저작권을 인정해 일정한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노조는 “회사에서 출판을 포기해 개인이 사외에서 출판하는 경우는 회사가 기자에게 저작권을 양도한 것으로 본다”며 “저작권료를 따로 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법률적으로는 큰 논란이 없다. 신문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 기자 개인의 저작권은 전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경향> <국민> <한겨레> 등 여러 신문사들은 과거 관행이나 회사 저작권의 지나친 포괄성을 감안해 사외 출판하는 경우 기자의 저작권을 대표이사 허가 등 조건을 걸어 한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성호 교수는 “직무상 작성됐고 공표된 글의 저작권은 현행법상 전적으로 회사에 있다”면서도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 회사가 기자 개인에게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것보다는 노·사가 협상을 통해 더 좋은 안을 만드는 것이 상생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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