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자로 일제히 태안 기름유출사고 피해현장의 뿔논병아리 사진를 실은 조간 종합일간지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초대형 원유유출 사고 나흘째인 10일 언론은 시시각각 변하는 피해상황을 글, 사진, 동영상 기사들로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로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유출한 기름량을 1만500㎘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1995년 7월 여수 앞바다에서 원유와 벙커C유 5035t을 유출해 지금까지 국내 최악의 해양오염사고로 기록됐던 씨프린스호 때보다 2배가 넘는 양이다.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10일 오전 종합일간지 사진보도를 유심히 보면, 스쳐 지나칠 수도 있지만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10일 석간을 제외한 9개 종합일간지는, 이번 원유 유출사고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을 약속이나 한듯이 일제히 지면에 실었다. 태안 신두리 해변에서 기름을 뒤집어 쓴 채 빈사의 상태로 발견된 겨울철새 뿔논병아리를 담은 사진이다. 이 사진은 8일 현장에 오염실태조사를 나갔던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이 찍어 언론에 배포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진의 사진설명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사진을 찍은 날짜와 출처가 제각각이다.
2개 신문은 ‘8일’이라고 정확히 밝혔다. <한겨레>와 <조선일보>다. <중앙일보>는 아예 날짜를 밝히지 않았고 나머지 신문들은 모두 9일로 고쳐 썼다. 그리고 <국민일보>와 <동아일보>는 연합뉴스가 사진의 제공자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출처를 ‘연합뉴스’로 처리했다.
이에 대해 최해용 부위원장은 “애초 예상보다 진행속도가 빨라 현장상황이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다. 이 사진을 찍은 8일에는 해안가에 기름띠가 도착한 데 비해 9일에는 도착한 기름띠들이 얇은 막처럼 퍼지고 곳곳에 덩어리를 이루는 상황이었다”며 “신문이 일요일자를 제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임의적으로 날짜를 고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최 부위원장은 통신사가 제공받아 발행하는 사진을 신문사가 받아쓰며 제공자를 생략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외국의 경우 그린피스가 해상시위를 벌인다든지 했을 때 AFP·로이터 등 통신사들이 보도자료로 사진을 받아 발행하더라도 매체는 ‘그린피스 제공’이라고 출처를 명확히 밝혀준다”며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지지로 운영되는 시민단체의 특성상, 이는 시민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주요한 통로가 되는데, 매체들이 현장활동가들의 땀과 노력을 배제한 채 지면에 싣는 일은 개선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태안 기름유출사고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신두리사구 보호구역에서 기름을 뒤집어쓴 겨울철새 뿔논병아리가 처참한 현장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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