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17일 오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에서 해직자들의 원직복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기자들로부터 ‘재신임 요구’를 받아온 동아일보 편집책임자가 물러나기로 했다.
<동아일보> 이규민 편집국장은 13일 밤 경영진과 기자들에게 편집국장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국장의 사의 표명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들이 지면 경쟁력 저하와 위축된 사내 분위기, 기자들의 잦은 이직 문제 등을 놓고 편집국장의 재신임 투표를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국장은 이날 밤 경영진과 기자들에게 보직사퇴를 밝히면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국장이 보직사퇴를 결정하기 전 동아일보사에는 사내 구성원들의 편집국장 불신임 여론이 광범하게 일었다. 이 국장은 지난 2003년 8월 편집국장을 맡을 당시 기자들의 신임투표에서 61.7%의 찬성표를 얻었다. 이 국장은 당시 취임사를 통해 사내 구성원들의 전폭적 신임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월말 간부급 인사에서 이 국장에 대한 유임이 결정되면서 동아일보 내부에서는 편집국 요직의 특정고 출신 편중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게다가 최근 편집국 평기자들이 편집국장 재신임 투표를 결의하자, 이 국장이 편집국장에 오른 지 1년 9개월 만에 사퇴의사를 밝힌 것이다.
기자들 4년 만에 기자총회, 비전제시 및 변화 촉구
동아일보 기자들이 편집국장에 대해 재신임 요구를 하게 된 것은 “회사의 전반적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차장급 이상을 제외한 평기자들은 지난 11일 기자총회에 이어 12일 기수별 대표자회의를 잇달아 열고, 편집국장 재신임 투표와 회사쪽에 대해 구체적 비전 요구 등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기자들이 회사 규정에도 없는 편집국장 재신임 투표를 결의한 것은 사내 분위기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이후 4년 만에 열린 11일 기자총회에는 117명이 참석해 4시간 가까이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의 한 기자는 “지면경쟁력 저하와 위축된 사내분위기 때문”이라며 “지면제작 과정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고, 이에 대해서는 편집국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규정에도 없는 재신임 투표를 결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 기자는 “최근 젊은 기자들이 30명 가까이 나가면서 현 경영진과 편집국장에 대해 회사 시스템이나 논조에 대한 불만들이 많았다”며 “남아 있는 사람이 나간 사람을 부러워하는 상황까지 생기면서 회사의 분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기자들, “최근 30명 이직…폭풍전야 상태” 동아일보사 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조는 기자들의 결정에 대해 뭐라고 말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고, 기자들도 현재의 동아일보의 분위기를 “폭풍전야”라고 말할 뿐 미래의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일부 기자들은 총회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다. 동아일보 ㄱ아무개 기자는 “(동아일보는) 과거에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가장 우익적인 지면을 만들어왔고, <조선일보>보다 더했다는 평가도 들었다. 편향성이 본질적 문제였다”며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논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달리 한 중견급 기자는 “이번 기자들의 결정은 신문시장 구조가 취약해지다 보니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고 다른 신문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관계자는 “회사 발전과 기자들의 뜻을 존중해서 이 국장의 사의표명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후임 편집국장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최대한 이른 시간내에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 편집국장이 선임되기 전까지는 송대근 부국장이 편집국장 역할을 대행하기로 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동아일보 기자들이 편집국장에 대해 재신임 요구를 하게 된 것은 “회사의 전반적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차장급 이상을 제외한 평기자들은 지난 11일 기자총회에 이어 12일 기수별 대표자회의를 잇달아 열고, 편집국장 재신임 투표와 회사쪽에 대해 구체적 비전 요구 등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기자들이 회사 규정에도 없는 편집국장 재신임 투표를 결의한 것은 사내 분위기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이후 4년 만에 열린 11일 기자총회에는 117명이 참석해 4시간 가까이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의 한 기자는 “지면경쟁력 저하와 위축된 사내분위기 때문”이라며 “지면제작 과정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고, 이에 대해서는 편집국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규정에도 없는 재신임 투표를 결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 기자는 “최근 젊은 기자들이 30명 가까이 나가면서 현 경영진과 편집국장에 대해 회사 시스템이나 논조에 대한 불만들이 많았다”며 “남아 있는 사람이 나간 사람을 부러워하는 상황까지 생기면서 회사의 분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기자들, “최근 30명 이직…폭풍전야 상태” 동아일보사 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조는 기자들의 결정에 대해 뭐라고 말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고, 기자들도 현재의 동아일보의 분위기를 “폭풍전야”라고 말할 뿐 미래의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일부 기자들은 총회의 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다. 동아일보 ㄱ아무개 기자는 “(동아일보는) 과거에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가장 우익적인 지면을 만들어왔고, <조선일보>보다 더했다는 평가도 들었다. 편향성이 본질적 문제였다”며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논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달리 한 중견급 기자는 “이번 기자들의 결정은 신문시장 구조가 취약해지다 보니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고 다른 신문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관계자는 “회사 발전과 기자들의 뜻을 존중해서 이 국장의 사의표명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후임 편집국장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최대한 이른 시간내에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 편집국장이 선임되기 전까지는 송대근 부국장이 편집국장 역할을 대행하기로 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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