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문화방송 사장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 취임 첫 기자간담회
“드라마 줄여 공익 프로 만들 수도”
“드라마 줄여 공익 프로 만들 수도”
“문화방송의 가장 큰 숙제는 공영성과 수익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공익성에 더 초점을 두려고 한다.”
엄기영(사진) 문화방송 새 사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5월 봄철 프로그램 개편부터 공익성을 강화해나갈 것”을 선언했다.
지난달 15일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서 사장으로 선출된 뒤 지난 3일 사장에 공식 취임한 그는 “사람 냄새가 나는 방송, 공정하고 믿을 수 있는 방송, 나아가 명품방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화방송은 시청자가 만들어 준 브랜드”라면서 “따뜻한 방송, 휴머니즘 넘치는 방송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엄 사장은 회견에서 유난히 공익성을 강조했다. 그는 “방송문화진흥회법 제1조에도 방송의 공적 책임을 방문진이 감독하도록 돼 있을 정도로 공익성은 문화방송의 존립 근거”라며 “일부 프로그램이 너무 시청률만 올리려고 하는데 시청률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변화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공익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언급했다. “시청률에 큰 지장만 없다면 드라마 시간대를 줄일 수 있고, 드라마를 폐지해서라도 공적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적 프로그램도 재미를 주면서 얼마든지 유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3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디지털방송과 관련해선 “재원 마련이 걱정”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시청률을 올려 수익을 늘리는 방법 밖에 없는데 공영성을 강화하면서 시청률을 올려야 하는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에 대해선 “방통위도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방송을 장악하려고 한다면 이제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3년3개월 동안 진행했던 ‘뉴스데스크’를 그만둔 이후 일상의 변화도 털어놨다. 그는 “머리를 ‘변장’(염색)하지 않아도 되고 ‘쌩얼’로 다닐 수 있어 편하다”며 웃음지었다. 또 “잠 자고 밥 먹는, 모든 생활을 ‘밤 9시’에 맞춰 했는데, 사장이 되고 나서는 아침부터 긴장하고 산다”고 했다. 가끔 지방이나 음식점에서 알아보고 사인을 청할 때면 ‘기쁜 기운이 이 집 문에 가득하라’는 뜻인 ‘희기영문(喜氣盈門)’이라는 글귀를 써주기도 한다.
엄 사장은 “3년 임기가 끝나는 2011년은 문화방송 창사 50돌”이라며 “그때까지 문화방송 르네상스를 만드는 게 꿈이다. 문화방송이 국민에게 꼭 필요한 공영방송임을 3년간 온 몸을 바쳐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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