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철/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미디어전망대
많은 논란 속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고 위원장과 위원들이 결정됐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현상에 대한 정책과 규제를 기관 하나가 통틀어 담당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직속기관인 방송통신위가 방송의 독립성을 해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위원장도 대통령이 직접 인선한다. 초대 위원장에는 대통령 측근 인물이 선정됐다.
우려에 앞서 방송통신위는 근본적으로 방송의 공공성을 담보하기에 부족한 방식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방송은 내용이 중요한 것으로서 정치·사회·문화적 가치를 실현하는 매체로 여겨져 왔다. 바른 정보와 뉴스 제공으로 정치참여와 사회통합을 돕고, 창의적 프로그램으로 한국 문화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방송의 역할이었다. 이 때문에 때로는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이라도 공익의 이름으로 추구되었다.
이에 반해 통신은 내용보다는 싼값으로 보다 많은 사람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산업적 가치가 중요하다. 정부도 통신산업을 21세기 우리 사회의 미래 동력으로 규정하고 적극 나서서 지원하고 육성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아이피 티브이 등 방송과 통신의 중간 지대에 있는 융합매체 현상이 속속 나타나게 된다. 이제 이들을 방송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통신으로 볼 것인지가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현실의 논란은 방송위원회가 이를 다룰 것인지 아니면 정보통신부가 다룰 것인지의 영역다툼으로 표출되었다. 결론은 단순했다. 양 기관을 합치면 된다는 것이다. ‘융합 현상’을 ‘융합 처리’하면 다툼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논리였다.
그러나 이 결론은 융합형 매체가 나왔다고 해서 기존의 방송 매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였다. 융합매체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텔레비전 등 전통적인 방송 매체의 공익적 역할은 여전히, 아니 더욱 중요하다.
방송이 공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독립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반대로 통신을 다루는 정책기구는 정부조직에 속하는 것이 산업 진흥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데 좋다. 결국, 대통령직속기구인 방송통신위는 통신에 대한 정책·규제 기구로는 적절할 수 있지만 방송의 공공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된다. 영국도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을 출범하면서 공영방송 <비비시>의 규제는 여기에서 분리하였다. 프랑스의 경우 통합규제기관을 아예 설치하지 않았다.
이왕 방송통신위가 발족한 마당에 이를 당장 없애자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방송>, <문화방송>, 지역민방, 보도채널, 종합편성채널 등 공적가치가 중요한 매체는 방송통신위의 규제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할 것이다. 그 대신 이들 공공채널을 담당하는 (가칭)공공방송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이는 한나라당이 내놓은 국가기간방송법안과는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 이 법안은 <문화방송>의 민영화를 꾀하고 <한국방송>의 예결산을 국회가 승인하는 등의 정치적 통제와 공영방송 축소화를 지향하는 불건전한 법정신을 가지고 있다.
총선이 끝나면 방송의 공적가치를 줄이려는 시도와 이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다. 필자는 이 논란에서 공공방송위원회가 방송의 공적가치를 ‘그나마’ 보호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강형철/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강형철/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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