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장의 신문고시 재검토 발언에 대해 언론단체들은 신문고시의 엄격한 시행만이 신문 시장이 살 길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사진은 신문판촉 경쟁이 극심했던 지난 2002년 한 아파트 단지 안에 놓인 구독 권유 전단지. <한겨레> 자료사진
공정위 재검토 방침에 비난 빗발…“불·탈법 판촉 불보듯”
학계·언론단체선 “신문고시 엄격 시행만이 신문시장 살 길”
학계·언론단체선 “신문고시 엄격 시행만이 신문시장 살 길”
이명박 정부 들어 신문 구독을 권유하면서 제공하는 경품과 무가지를 제한한 신문고시가 완화 또는 폐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신문시장의 혼탁상이 극심해졌다면서 신문고시를 없애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엄격히 시행해 신문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공정위원장 재검토 발언 신문고시 존폐 논란은 지난 13일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의 ‘신문고시 전면 재검토’ 발언에서 불거졌다. 백 위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신문고시가 무리한 규제라는) 시장의 반응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신문협회와 상의하는 등 여론을 수렴해 (전면 재검토)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즉각 언론단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공정위가 되레 불공정 행위를 조장한다”는 비난 성명이 빗발쳤고, 규탄 기자회견도 열렸다. 이런 반발 기류에도 공정위는 최근 법령선진화추진단을 만들어 신문고시를 포함한 12개 법률(하위 법령 포함)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 공정위 단속 결과를 보면 신문고시는 ‘신문법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연간 구독료의 20%를 넘는 경품과 무가지를 제공할 수 없고, 위반하면 과징금 부과나 형사고발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연간 구독료가 18만원(월 1만5천원)이면 경품과 무가지를 합쳐 3만6천원을 넘으면 안 된다. 경품 없이 무가지만 3개월 제공해도 처벌기준을 넘는다. 신문고시는 살인 사건으로까지 번진 독자 확장 경쟁 등 신문 시장의 극심한 혼탁상을 바로잡기 위해 1996년 처음 제정됐다. 그러나 98년 12월, 당시 규제개혁위원회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며 폐지했다가 2001년 7월 부활했다.
신문고시를 가장 많이 어긴 신문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이다. 최근 한국기자협회가 공정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4년부터 4년간 신문고시 위반건수 537건 가운데 조·중·동이 445건으로 전체의 82.9%를 차지했다. 또 이 기간에 부과된 과징금 17억6490만원 가운데 조·중·동이 16억6420만원으로 94.3%에 이르렀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통계에서 보듯 신문고시를 없애면 최대의 수혜자는 조·중·동이 된다”며 “연간 수백억원에 이르는 판촉경쟁에 뛰어들 수 없는 나머지 신문들은 모두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 과징금 부과액 왜 줄었나 공정위가 부과한 신문고시 과징금은 2004년 2억여원에서 신고포상금제가 시행된 2005년 6억여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2006년 2억5천여만원, 지난해 3천여만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또 민주언론시민연합 독자감시단 조사를 보면, 신고포상금제가 도입된 2005년 4월 조·중·동 지국의 신문고시 위반율은 평균 5.7%에 머물렀지만 이듬해 3월엔 92.5%에 이르렀다. 공정위의 감시가 점차 느슨해졌다는 얘기다. 더욱이 과징금은 지국에 부과돼 본사는 처벌을 피하고 있다. 공정위는 조·중·동 본사에 각 1차례씩 과징금을 부과했을 뿐이다.
김동조 신문판매연대 위원장은 “신문판매 시장이 혼탁해진 것은 공정위의 직무유기 때문”이라며 “공정위가 적극 개입해 본사를 직권조사해야 신문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고시가 폐지되면 신문사의 불·탈법 판촉행위는 일반 상품처럼 ‘경품고시’의 적용을 받는다. 이럴 경우 경품은 판매대금의 10%를 넘지 못하지만 무가지는 무한대로 뿌릴 수 있다. 게다가 연 매출액 20억원 이하 사업자에겐 적용되지 않아 대다수 지국은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정연구 한림대 교수는 “신문업은 신문지 판매업이 아니라 신문의 내용으로 승부하는 산업”이라며 “일반 상품처럼 경품고시의 적용을 받아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2001년 10월, 신문협회 자율에 맡긴 뒤 조·중·동의 불·탈법 판촉이 급증했다”며 “공정위는 신문고시를 폐지할 게 아니라 제대로 적용하고 더욱더 강화해야 신문시장의 질서가 바로잡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신문고시 위반 현황(2004~2007)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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