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창간 20돌] 세상을 바꾼 20년
■ 문화운동에서 한류까지
<한겨레>는 창간호부터 두 꼭지의 문화예술 관련 기획 연재물을 실었다. ‘전환기의 한국문화’, ‘참문화를 가꾸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이 연재물들은 문학과 영화·연극·미술·학술·출판·음악·무용·종교 등 모든 문화 영역에 걸쳐 기존 제도 언론이 애써 외면해 왔던 민중문화를 다뤘다. 분단을 주제로 한 문학, 전통문화에 뿌리를 둔 마당운동, 영상의 민중성을 실험한 서울영상집단,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을 집중 조명했다.
20년이 흐른 지금, 문화예술계에서 무시 못할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등의 단체들은 이때에야 비로소 역사의 주어로 등장하게 됐다. 한겨레 창간까지 40년 동안 지속된 극우 파시즘적 문화지형이 평형감각을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념 등의 이유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로 묶여 있던 진보적 문화예술인들을 발굴해 3년 반 가까이 신문에 연재하고, 이를 묶어 <발굴 한국현대사인물 1~3>(1991~93)을 펴낸 것도 잃어버린 반쪽 찾기의 출발이었다.
이후 한겨레는 진보적 문화예술인들의 상상력과 저널리즘의 탐구정신이 몸을 섞는 용광로였으며, 군사독재 시절 억눌렸다 한꺼번에 분출되기 시작했던 대중들의 문화적 욕구를 담는 질그릇이 됐다. 초창기 문학의 고종석, 영화의 조선희·안정숙, 미술의 이주헌 등 쟁쟁한 스타 기자들이 이름을 날렸고, 영화평론가 정성일, 연극평론가 안치운을 비롯한 외부 필자들의 수준 높은 칼럼은 ‘펜클럽’이 생길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한겨레의 투철한 기자정신과 예리한 비판의 펜은 문화면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악명 높았던 사전 심의제가 사라질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았으며,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투쟁 때는 운동의 일거수일투족을 앞장 서 보도했다. 1996년 제정한 한겨레문학상은 한창훈, 박민규 등 걸출한 문인들을 발굴해 현대 한국문학을 살찌우고 있다. 95년 4월 창간한 영화전문지 <씨네21>은 한국 영화와 대중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물결쳐 가고 있는 ‘한류문화’의 든든한 원천이 되고 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이후 한겨레는 진보적 문화예술인들의 상상력과 저널리즘의 탐구정신이 몸을 섞는 용광로였으며, 군사독재 시절 억눌렸다 한꺼번에 분출되기 시작했던 대중들의 문화적 욕구를 담는 질그릇이 됐다. 초창기 문학의 고종석, 영화의 조선희·안정숙, 미술의 이주헌 등 쟁쟁한 스타 기자들이 이름을 날렸고, 영화평론가 정성일, 연극평론가 안치운을 비롯한 외부 필자들의 수준 높은 칼럼은 ‘펜클럽’이 생길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한겨레의 투철한 기자정신과 예리한 비판의 펜은 문화면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악명 높았던 사전 심의제가 사라질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았으며,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투쟁 때는 운동의 일거수일투족을 앞장 서 보도했다. 1996년 제정한 한겨레문학상은 한창훈, 박민규 등 걸출한 문인들을 발굴해 현대 한국문학을 살찌우고 있다. 95년 4월 창간한 영화전문지 <씨네21>은 한국 영화와 대중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물결쳐 가고 있는 ‘한류문화’의 든든한 원천이 되고 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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