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창간 20돌] 세상을 바꾼 20년
■ 한겨레 체육면은 다르다
<한겨레> 창간 당시 스포츠 부서는 없었다. 생활환경부에 속한 두 명의 기자가 취재 일선에서 뛰었고, 기사는 지면의 한구석에 자리잡았다. 전두환 군사정권 이래 스포츠·섹스·스크린 등 이른바 ‘3S’를 정권안보 차원에서 대중들의 불만을 호도하는 데 악용했던 영향도 컸다.
하지만 스포츠 보도 내용에서는 차별성이 뚜렷했다. 바로 생활체육이었다. 관중석에 그저 앉아서 보기만 하는 스타선수 위주의 엘리트 스포츠에서 한걸음 나아가, 일반인들이 직접 하면서 즐기는 스포츠를 보급하고자 했다.
엘리트 스포츠를 무작정 외면하지도 않았다. 88올림픽 직전인 8월9일 ‘체육부’(현재는 스포츠부문)가 신설됐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대중들의 관심이 많은 종목을 다루는 한편, 생활체육을 즐기는 동호인들을 꾸준히 소개했다. 한국 스포츠가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이라는 두 날개로 발전하는 중심축이 되고자 했다.
2000년대 들어 마라톤에 도전하며 완주하는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늘고 있고, 과거에는 롤러스케이트 수준에서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인라인스케이트 같은 대중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한겨레의 보도 방향이 옳았음을 방증하고 있다.
한겨레는 인기 스포츠 경기를 보도하면서도, 스타선수들에 가려 있는 2군 선수들의 애환 등 감춰져 있는 사실 발굴에 주력했다. 스포츠 기사에서 군사문화의 잔재인 전투용어를 쓰는 것을 배격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남북대결·용병 등의 용어가 대표적이다. 남북경기·외국인선수 등으로 고쳐 썼다. 핸드볼·하키·택견 등 비인기종목 보도도 많이 이뤄졌다. 장애인 스포츠도 적극 보도했고, 언론들의 이런 관심으로 최근 장애인 체육회가 출범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스포츠계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폭력관행을 들춰냄으로써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6년 4월 ‘체육대학은 아직도 병영’ 보도가 대표적이다. 경희대 등 전국 거의 모든 대학교 체육 관련 학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배들의 폭력적 신입생 길들이기는 한겨레의 추적보도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 충격파를 던졌다. 결국 일부 대학에서는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07년 4월에도 다시 추적해 ‘대학 체육 관련 학과 새내기 길들이기 악습’을 뿌리뽑도록 여론을 환기시켰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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