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겨레 창간 20돌] 전직 대통령이 말하는 한겨레
노무현 전 대통령
정직한 신문 역할 기대 이상
끊임없는 성찰로 기사 검증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겨레> 창간운동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한겨레신문의 창간 과정은 반독재 민주화 운동 진영의 또 하나의 운동이었다” 회고했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당시 정태기 창간 사무국장(뒷날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의 권유를 받고 문재인 변호사, 최성묵 목사 등과 함께 부산지역 창간 후원회를 조직해 창간 발기인과 주주를 모았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뒤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뤄졌다. -창간에 참여할 때 새로운 신문에 무엇을 바라셨습니까? 그 바람을 20년 동안 한겨레는 얼마나 충족시켰는지요. “진실을 말하는 언론을 기대했던 것입니다. 당시의 언론들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준을 넘어 독재정권의 입 노릇을 적극적으로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민주화 운동의 한 축이 언론과의 싸움이었던 셈이죠. 우리는 독재에 맞서 진실을 말하는 정직한 신문을 기대했던 것이고, 한겨레신문은 기대 이상으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정착된 이후에도 한겨레신문은 보수 일색인 우리의 언론환경에서 진보 언론으로서 사회적 균형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해 왔습니다.” -재임 기간 동안 일부 독자들은 한겨레가 노무현 정부를 편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한겨레가 너무 비판적이라며 섭섭해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한겨레신문이나 우리 정부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비판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한 태도가 매우 독단적이고 각박한 편입니다. 저나 한겨레신문도 그런 경향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객관적 근거에 기초해서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 사회는 우리의 역사적 과제일 것입니다. 저는 감정적인 차원으로 언론을 대하지 않으려 노력해 왔습니다. 한겨레신문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신뢰와 애정이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저를 비판했다고 해서 섭섭해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도 내용에 대해 반론이나 비판을 하는 것은 저의 권리이자 자유이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이지만 저도 한겨레신문도 당시 비판의 타당성에 대해 되돌아보며 끊임없이 검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현재 언론과 권력의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재임 기간 동안 ‘언론과 권력의 건강한 관계’를 지향하면서 5년 내내 엄청난 타격을 받았습니다.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 내부에서도 언론과의 원만한 관계 설정을 권유받았지만 저는 끝내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언론은 권력집단입니다. 이 전제가 중요합니다. 권력과 자본의 결탁처럼 정부와 언론권력의 유착은 민주주의를 위협합니다. 저는 그 문제를 극복하고자 했으나 아직 부분적인 성공밖에 거두지 못했습니다. 위험을 일깨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양자의 건전한 관계를 확보하는 데까지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한겨레의 앞길에 대해 충고해주셨으면 합니다.
“진보와 보수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보수가 압도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지금, 한겨레신문이 진보적 가치를 지키는 보루의 역할을 해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 위에 있는 것이 진실입니다. 매체는, 불리하더라도 진실은 진실로 지킬 줄 알아야 합니다. 그 다음은 대안과 책임입니다. 의견을 제시할 때는 대안을 좀더 깊이 생각해 보고 비판을 해야 합니다. 또 보도와 비판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모든 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통일적으로 설명하려는 일종의 원리주의 또는 이념과잉도 경계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 원리 하나로 모든 문제를 설명하려는 것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대목입니다. 한겨레신문이 치열한 자기성찰과 토론으로 앞서가는 언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박창식 정치부문 편집장 cspcsp@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끊임없는 성찰로 기사 검증을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겨레> 창간운동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한겨레신문의 창간 과정은 반독재 민주화 운동 진영의 또 하나의 운동이었다” 회고했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당시 정태기 창간 사무국장(뒷날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의 권유를 받고 문재인 변호사, 최성묵 목사 등과 함께 부산지역 창간 후원회를 조직해 창간 발기인과 주주를 모았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뒤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뤄졌다. -창간에 참여할 때 새로운 신문에 무엇을 바라셨습니까? 그 바람을 20년 동안 한겨레는 얼마나 충족시켰는지요. “진실을 말하는 언론을 기대했던 것입니다. 당시의 언론들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준을 넘어 독재정권의 입 노릇을 적극적으로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민주화 운동의 한 축이 언론과의 싸움이었던 셈이죠. 우리는 독재에 맞서 진실을 말하는 정직한 신문을 기대했던 것이고, 한겨레신문은 기대 이상으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정착된 이후에도 한겨레신문은 보수 일색인 우리의 언론환경에서 진보 언론으로서 사회적 균형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해 왔습니다.” -재임 기간 동안 일부 독자들은 한겨레가 노무현 정부를 편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한겨레가 너무 비판적이라며 섭섭해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한겨레신문이나 우리 정부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비판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한 태도가 매우 독단적이고 각박한 편입니다. 저나 한겨레신문도 그런 경향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객관적 근거에 기초해서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 사회는 우리의 역사적 과제일 것입니다. 저는 감정적인 차원으로 언론을 대하지 않으려 노력해 왔습니다. 한겨레신문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신뢰와 애정이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저를 비판했다고 해서 섭섭해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도 내용에 대해 반론이나 비판을 하는 것은 저의 권리이자 자유이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이지만 저도 한겨레신문도 당시 비판의 타당성에 대해 되돌아보며 끊임없이 검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제16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2003년 1월9일 당선자 신분으로 한겨레신문사를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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