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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근거 제시 못한채…보수단체 민원 ‘덥석’

등록 2008-05-21 22:51수정 2008-05-22 01:23

뉴라이트전국연합 회원들이 20일 오전 한국방송공사 임시이사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동 한국방송 앞에서 정연주 사장 퇴진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뉴라이트전국연합 회원들이 20일 오전 한국방송공사 임시이사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동 한국방송 앞에서 정연주 사장 퇴진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현행 감사원법상 ‘법령위반 또는 부패행위’ 있어야
공영방송 특성 고려않고 시장주의 적용 납득안돼
감사 결정 문제점과 파장

21일 감사원이 <한국방송> 국민감사청구에 대해 감사 착수를 전격 결정한 것을 놓고 감사원의 새 정부 ‘코드 맞추기’ 행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권과 보수단체 등에서 ‘정연주 사장 사퇴 요구’를 줄곧 제기해온 것을, 정치적 중립성과 업무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헌법기관이 총대를 메고 나선 모양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에 국민감사 청구를 낸 뉴라이트전국연합과 국민행동본부 등은 그동안 대선과 총선 당시 정치적 색채를 강하게 띠고 여론몰이 활동을 해온 단체들이다. 이번 감사청구 안건에도 ‘편파·왜곡·선동 좌편향 방송으로 국가정체성 훼손’을 주된 이유로 들 만큼, 경영감사의 본질적 내용과는 거리가 먼 문제를 감사청구 취지로 내세웠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한국방송에 대해 제기해오던 불만 내용을 그대로 대변한 것이다. 이런 정치적 색채가 짙은 보수단체가 고작 1주일 전에 낸 ‘민원’을 수용해 감사원이 단 한 차례의 심사를 통해 감사착수 결정을 내린 것은 아무래도 부적절해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편파 방송 문제는 감사원도 감사대상 안건에서 배척했다.

감사원은 이들 단체가 감사청구 사유로 내세운 사안 가운데 ‘누적결손 증가 등 부실 경영과 인사권 남용’ 등을 받아들여 감사실시를 결정했다. 보수단체들은 감사청구서에서 “한국방송이 과오납한 법인세 2천억원의 환급소송을 하면서 승소할 수 있었는데도 930억원만 환급받는 것으로 합의함으로써 1070억원 상당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또 징계 중인 피디를 부서장으로 특별승진시키는 등 20명을 정당한 사유없이 특별승진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는 국민청구감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법에 국민청구감사의 대상은 ‘공공기관의 사무처리가 법령위반 또는 부패행위로 인하여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로 돼 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쪽은 “이 경우 법령이란 한국방송법의 회계준칙 및 규칙, 재무건전성 위반, 인사준칙을 말하며, 이 법의 위임을 받아 마련한 관련 사규도 법령으로 인정한다”며 “감사청구인들이 제기한 인사권 남용과 법인세 환급금 축소 합의 등은 ‘사무처리의 법령위반’ 조항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관계자는 “당시 소송을 계속하느냐 조정을 하느냐의 결정은 정책결정 사항이었다”며 “그때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합의라는 중간지점을 선택한 것으로 100% 이긴다고 전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또 인사권 남용 주장에 대해서도 “인사는 사규에 근거해 인사권자의 자유재량권이 허용되는 것”이라며 법령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누적 결손의 증가’ 부분도, 수익성을 지상 과제로 내세우는 민영방송과는 다른 공영방송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판단이라는 게 방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감사원은 공영방송의 특수성을 도외시한 채, 특정 보수단체들의 주장만을 인용하는 기이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게다가 한국방송은 2004년에 감사원 감사를 받은 바 있으며 해마다 국회 국정감사를 받고 있다.

20살 이상의 국민 300명 이상의 연서로 감사원에 청구할 수 있는 국민감사청구는 2002년부터 본격 시작된 이래 지난 연말까지 모두 211건이 접수됐으며, 16.6%인 35건만 감사 실시 결정이 내려졌다. 나머지는 대부분 기각·각하되거나 취하됐다. 상당수가 악성 또는 민원성 제기였기 때문이라는 게 감사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익림 권귀순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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