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14일 주총…‘언론자유’ 시험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13일 새벽 서울 남대문로 뉴스전문채널 <와이티엔> 본사 앞에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방송특보였던 구본홍 사장 내정자의 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e-mail]

노조 “구본홍 선임 원천봉쇄”…물리적 충돌 우려

이명박 대선 후보의 방송담당 상임특보를 지낸 구본홍씨의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YTN) 사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가 14일 오전 10시 서울 남대문 와이티엔 본사에서 열린다. 하지만 와이티엔 노동조합(위원장 박경석)은 사장 선임 저지를 위해 주주총회 장소 원천봉쇄 방침을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주총은 방송 장악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시민·언론단체 사이의 전면적 충돌로 번지면서 ‘언론자유 수호’의 중대한 갈림길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와이티엔 노조는 13일 오후 집행부 회의를 열어 “뉴스 전문 채널로서 대선 당시 특정 후보의 방송특보 출신이 사장으로 선임돼선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뒤 주주총회 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노조는 전체 조합원 400여명에게 전달한 ‘투쟁지침’에서 14일 오전 7시까지 회사 로비에 모여 주주총회 장소인 본사 5층을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이를 위해 △취재분야 조합원은 14일 오전 모든 취재 일정을 취소할 것 △뉴스진행 분야는 생방송 필수요원을 뺀 모든 조합원이 필히 참가할 것 △휴가자와 야근자도 적극 참여할 것 등을 당부했다. 노조는 또 구씨가 주주총회에서 차기 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곧바로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도 각 언론사 상근간부 등 100여명이 이날 주총 현장에서 와이티엔 노조의 투쟁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인터넷 토론방 ‘다음 아고라’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예상되고 있다.

한편, 13일 새벽에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 2천여명이 와이티엔 본사 앞에서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사퇴’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박경석 와이티엔 노조위원장은 “주총 저지 투쟁에는 전체 조합원 400여명 중 200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주총에는 예년의 경우 주주 20여명 가량이 참석해 왔는데, 미리 고지한 공개 장소에서 열게 돼 있어 주총장 변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와이티엔 구성원들은 구본홍씨가 명예롭게 물러나길 기대했지만, 구씨가 끝내 이를 거부해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해졌다”며 “조합원들의 낙하산 사장 반대 의지가 얼마나 결연한지 행동으로 보여 주겠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