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무료배포활동 후기도 삭제…항의 뒤 복원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언론 소비자 운동 관련 게시물들이 무분별하게 지워지고 있다. 다음의 애매한 게시판 운영 원칙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신중치 못한 심의 결정 및 공문 발송 탓에 게시글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경향신문 대량 구매 및 배포 운동을 제안한 누리꾼 ‘각시탈’은 지난 15일 다음 아고라에 올렸던 게시물 2개가 한꺼번에 지워졌다가 다음날 복원되는 일을 겪었다. 해당 게시물들에는 한겨레·경향신문 배포에 나선 누리꾼 ‘포천아줌마’의 자원봉사 후기와 대구 지역 자원봉사자의 후기 등이 담겨있으며,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 싣지 말기 운동’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각시탈’은 “‘포천아줌마’ 후기 삭제에 대해 다음 쪽은 처음엔 조·중·동 광고주 리스트가 있어 지웠다고 했다가, 다시 계좌번호가 들어 있어 삭제한다고 통보했고, 대구 지역 후기 삭제에 대해서는 설명 메일조차 보내지 않았다”며 “게시글 밑에 인신공격과 욕설이 포함되거나 한 사람이 다량으로 올리는 댓글들이 있어 다음 쪽에 이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는데 되레 게시글을 지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음 쪽은 “개인 계좌번호가 있는 게시물은 상업성이 있다고 분류해 제재를 한다”며 “그러나 해당 게시물들은 사업자 계좌번호가 있어 삭제 대상이 아닌데다 메일도 잘못 보내 현재 복원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아고라의 또다른 누리꾼도 지난 8일 “경향신문 광고주를 격려하기 위한 게시물이 조선일보의 신고로 지워졌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다음 쪽은 “해당 게시물엔 구글 쪽 링크가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면 경향뿐 아니라 조선일보 광고주 리스트도 볼 수 있어 지웠다”고 밝혔다.
이런 게시물 삭제는 지난 2일 방통심의위가 심의 결과를 통보하는 공문에 ‘유사한 사례에 대해서는 심의 사례에 따라 처리하라’는 내용도 담아 다음 쪽에 보낸 이후 진행되고 있다. 공문에는 무엇이 불법 정보인지 적혀있지 않지만, 다음 쪽은 심의 사례를 근거로 ‘조·중·동 광고주 리스트’가 있거나 이를 볼 수 있는 링크가 포함된 게시물까지 유사 사례로 분류해 지우고 있다. 16일 열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도 공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윤덕 심의위원은 “위원들이 의결하지 않은 유사 사례까지 공문에 거론한 것은 권한 남용으로, 시정해야 한다”며 “이를 다음 회의 안건으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게시물 유형이 다양해 각각의 건을 따로 봐야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건국대 황용석 교수(신문방송학)는 “방통심의위가 불법정보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인터넷 업체들이 ‘과잉 일반화’를 해 게시물을 과다하게 삭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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