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이경자·이병기씨 정권 방송장악에 무대응”
“KBS 친한나라 이사 선임·회의 비공개 등 묵인” 비판
“KBS 친한나라 이사 선임·회의 비공개 등 묵인” 비판
야당 몫으로 추천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이 최시중 위원장 체제의 방통위에서 들러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방송 장악 기도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사실상 정권 의도대로 추인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달 초 민주당 쪽에 보낸 ‘야당추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의 부적격 사유’에서 야당 추천 이경자·이병기 상임위원이 여러 현안에 대해 적극 대응보다는 타협과 양보를 추구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등이 문제삼는 대목은 △방통위 부위원장직 포기 △회의 비공개 결정 일조 △<한국방송> 보궐이사 세 명 친한나라당 성향 선임 방관 △아이피티브이(IPTV·인터넷프로토콜텔레비전) 대기업 진출 확대 묵인 등이다.
언론노조는 이 문건에서 방통위 부위원장은 야당 추천 위원이 맡기로 사실상 여야 합의가 이뤄졌으나 이병기 위원이 부위원장을 한나라당 추천 송도균 위원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두 위원은 또 회의를 원칙적으로 공개하기로 한 방통위원회 설치법과 달리, 방통위가 공익상 필요·명예훼손 등 광범위한 비공개 조항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언론노조는 지적했다. 방통위는 △한국방송 보궐이사 추천 △부위원장 선출 △아이피티브이법 관련 회의 등을 비공개로 진행한 바 있다.
언론노조는 대기업의 방송참여 문호를 넓혀준 아이피티브이법 시행령 확정 과정에서도 두 위원이 여당 추천 위원들의 산업 논리에 동조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지난달 말 아이피티브이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대기업 제한 조건을 자산규모 3조원 이하에서 10조원 이하로 대폭 완화하는 데 합의했다. 이 결정으로 아이피티브이에 참여할 수 없는 대기업은 57곳에서 23곳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논의 과정에서 이병기 위원은 ‘8조원’을 주장하다 “다른 분들 견해가 그렇다면 그렇게 (10조로) 하겠다”고 했고 이경자 위원은 애초 8조원을 요구하다가, 결정 단계에서 “결정하는 데 별 지장이 없다면 그냥 소수 의견으로 남겨달라”며 ‘5조원’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당시 회의를 방청했던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마치 포커판에서 판돈 올리는 것 같았다”며 “방통위의 들러리로 전락한 두 위원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경자 위원은 “대결구도로 가면 더 나빠지고 법 테두리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언론단체의 퇴진 요구에 대해서는 “상임위원은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기 위원은 “방통위가 정파 대결의 장이 돼선 곤란하다”며 “내용을 가지고 발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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