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억울하면 소송해라’ 여권 빗나간 논리

등록 2008-08-08 19:59수정 2008-08-08 22:20

<한국방송> 피디협회, 기자협회 등 직능단체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3층 회의장 앞에서 경찰에 끌려나와 쓰러진 뒤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한국방송> 피디협회, 기자협회 등 직능단체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3층 회의장 앞에서 경찰에 끌려나와 쓰러진 뒤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방송중립 ‘벼랑끝’
청와대 홍보기획관 “기간방송, 정권에 협조해야”
학계 “국영방송과 공영방송 차이 모른채해” 비판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언론 장악 욕구를 합리화하고자 시대착오적 논리까지 동원해가며 밀어붙이기에 나서고 있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8일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해임과 관련해 “국가기간 방송이 국가권력과 대립하는 상황은 국정운영을 위해 바람직한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한국방송 이사회의) 해임요구 제청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지난 정부에서 코드인사에 의해 (정연주 사장이) 선임된 케이비에스가 국가기간 방송으로 제대로 설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사실상 총괄하는 청와대 핵심 참모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국가권력의 국정운영에 협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정상화’라는 논리로 포장하고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은 해묵은 색깔론까지 들고 나와 정 사장 퇴진 압박을 정당화했다.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한국방송 이사회가 정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을 결정하자 “정연주라는 좋지 않은 혹을 떼어낸 케이비에스의 창창한 앞날이 기대된다”고 논평했다. 그는 이어 “좌파들이 정 사장을 극렬 비호하는 모습을 보니 케이비에스 이사회가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더 들고, 국민의 방송을 좌파코드 방송으로 악용하는 자들이 케이비에스 카메라를 조종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까지 주장했다. 감사원의 해임제청 요구, 이사회의 해임제청, 대통령의 해임 권한을 둘러싸고 법적 하자 논쟁이 일고 있음에도, 사안을 ‘좌파 척결론’으로 단순화한 것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기독교 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의 사장 해임 권한에 대해 “양론이 있다”면서도 “모든 것은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심판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으로 가져 가면 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억울하면 소송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케이비에스를 국영이 아닌 공영방송으로 규정한 것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자기 입맛에 맞지 않다고 이를 의도적으로 모른 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정권은 선거에 의해 국정을 운영하는 현실적 주체지만, 그것이 곧 국가는 아니며 공영방송의 보도는 당연히 정권의 지향과 다를 수 있다”며 “국가 기간방송이라는 논리로 정권에 충성을 강요하는 것은 언론의 책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라고 덧붙였다. 2000년 1월 기간방송의 책무와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제정된 방송법을 제멋대로 해석하면서, ‘기간방송의 국정협조’라는 해괴한 논리를 동원해 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활용하던 시대착오적 논리라는 것이다.

청와대 안에서조차 이번 사태는 첫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꼬인 것이라는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한 비서관은 “문제를 이렇게까지 어렵게 만들지 않아도 됐는데, 처음에 조심스럽게 잘 해결하려는 사람이 없었다”며 “이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그냥 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