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12일 낮 서울 여의도역 들머리에서 ‘공영방송 사수·방송장악 저지 규탄대회’를 마친 뒤 시민들에게 홍보 인쇄물을 나눠주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방통위 ‘합의’ 대신 ‘일방통행’ 이사 선임
“이사추천위원회 구성 등 제도보완 필요”
“이사추천위원회 구성 등 제도보완 필요”
이명박 정부의 정연주 <한국방송> 전 사장 해임 조처에 반발하는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케이비에스(KBS) 사원행동’은 한국방송의 현 이사회 체제로는 한국방송 독립성 확보는 공염불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연주 전 사장 해임제청안을 통과시키고 경찰력의 한국방송 안 투입을 요청하는 등 이사회가 정권의 방송장악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게 사원행동의 판단이다.
이들이 친여성향 이사 6명의 사퇴 등 현 이사회의 해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사회가 정권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데는 한국방송 이사 선임권을 가진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기구화하면서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는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단기적으로 이사추천위원회 구성과 이사 자격 제한 등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한국방송 사장 선임 방식은 그동안 여러차례 바뀌어오다가 2000년 통합방송법이 제정되면서 한국방송 이사회가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한국방송 이사 11명은 방송통신위원회(옛 방송위원회)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또 방통위(옛 방송위) 상임위원은 대통령과 국회가 선임한다. 이런 이사 선임 방식의 큰 뼈대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국민들의 직접 선거로 뽑혀 대표성을 가진 대통령과 국회가 선임권을 가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취지는 과거 방송위원회 시절에는 크게 훼손받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1기와 2기 방송위 시절에는 방송위원 여야 구도가 5대4와 6대3이었다. 대체로 이 비율에 따라 한국방송 이사 추천도 이뤄졌다고 방송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는 보궐이사 3명을 잇따라 친한나라당 성향 인물로 채웠고, 결국 여야 구도가 역전되면서 정 사장 해임사태로 이어졌다. 방통위 상임위원 여야 구도는 3대2이지만, 야당 몫 2명의 상임위원이 제 구실을 전혀 못한 가운데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전권을 휘두른 결과다. 방송위는 무소속 독립기구로 위원 호선으로 위원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기구화하면서 위원장을 대통령이 선출하는 방통위 체제로의 변화도 정치성 강화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의 멘토’가 방통위원장에 오른 것도 이 탓이라는 분석이다.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은 “방송위 시절에는 소수세력 견제의 중요성도 인정했다”며 “위원회 조직의 기본정신은 ‘합의’인데 방통위는 일방통행식으로 한국방송 이사를 선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완책으로는 이사 추천위원회 구성과 자격요건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영묵 교수는 “시민단체와 학계 등이 참여하는 이사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천위원은 국민대표성을 가진 대통령과 국회가 임명해 이사를 선임하도록 하면 인사청문회 같은 검증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치인이나 정치성향 인사들의 낙점을 막기 위해 정당탈퇴 유예기간 등 자격요건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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