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기존입장 바꿔 “이사회 해체”“사원행동과 단결”
‘언론노조 탈퇴’ 두고 입장차…연대 공고화는 미지수
‘언론노조 탈퇴’ 두고 입장차…연대 공고화는 미지수
정연주 전 사장 거취를 둘러싸고 견해차를 보였던 한국방송 노조와 피디협회 등 직능단체들이 연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새 사장 추천방식을 논의하려던 임시이사회를 함께 적극 저지했고, 결국 친여 성향 이사들은 한국방송 건물에 들어가지 못한 채 부랴부랴 회의 장소를 바꿨다.
한국방송 기자협회·피디협회·경영협회 등 직능단체 및 일부 지방노조 지부가 중심이 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케이비에스(KBS) 사원행동’과 한국방송 노조는 13일 오후 한국방송 임시이사회 저지 투쟁에 함께 나섰다. 두 단체는 이날 임시이사회가 열리기 세 시간 전부터 한국방송 본관 3층 복도에서 공동 집회를 열고, 이사회가 지난 8일 정 전 사장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키면서 공권력 투입을 요청한 것을 규탄했다. 이날 두 단체 구성원 500여명이 한국방송 이사회 회의장 앞을 점거하고 저지투쟁에 나서는 바람에 친여 성향 이사 6명은 이사회 장소를 급히 바꿔야 했다.
그동안 노조는 정 전 사장 퇴진운동을 펼쳐왔고, ‘사원행동’은 공영방송 수호투쟁이 먼저라며 지난 11일 공식 출범해 별도의 투쟁을 벌여왔다.
연대 조짐은 이날 노조가 특보와 결의대회를 통해 사원행동과의 연대를 강조하면서 나타났다. 노조는 이날 낮 12시 ‘공권력 난입 규탄 및 낙하산 저지 결의대회’를 알리는 특보를 발간하면서 자신들의 퇴진 대상이었던 정 전 사장의 이임사를 인용해 단결을 강조했다. 특보는 “정연주 사장이 이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오로지 방송독립을 위한 선한 싸움에 모두가 단결된 모습으로 나설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승규 노조위원장은 “우리는 사원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우리 조합원들을 존중하겠다. 함께 와서 싸워달라”며 “낙하산 사장 저지를 목표로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원행동도 지난 11일 출범식 때 노조와 연대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노조 결의대회에는 지난 11일 사원총회 출범식에 참가했던 사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두 단체 연대의 다리 구실을 하고 있는 양문석 언론개혁 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두 단체 공동집회에서 “지금은 민주와 반민주, 독재와 반독재의 싸움”이라며 “사원행동과 노조가 뭉치지 않으면 공영방송 케이비에스는 멀어지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사원행동이 요구하고 있는 ‘이사회 해체’ 구호도 함께 외쳤다. 정 사장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킨 이사회에 대해 노조는 그동안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노조의 태도 변화는 지난 8일 한국방송 경찰력 투입이 친여 성향 이사들 요청에 따른 것으로 밝혀지면서부터다. 노조는 애초 이사회에 제안한 사장 국민공모제와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 수용을 촉구하려고 했으나, 공권력 투입사태 이후 결과적으로 ‘이사회 해체’를 주장하는 사원행동과 한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앞으로 두 세력의 연대가 더욱 공고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노조가 14일부터 일주일간 ‘언론노조 탈퇴’와 ‘낙하산 사장 반대’를 내걸고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인데, 사원행동은 “산별 탈퇴 투표는 무조건 지는 게임”이라며 말리고 있다. 그러나 두 단체의 근원적인 견해 차이였던 정 사장이 퇴임함에 따라 갈등은 어느정도 해소됐다는 게 사내의 분석이다. 연대가 공고해질 경우 투쟁의 폭발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노조의 태도 변화는 지난 8일 한국방송 경찰력 투입이 친여 성향 이사들 요청에 따른 것으로 밝혀지면서부터다. 노조는 애초 이사회에 제안한 사장 국민공모제와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 수용을 촉구하려고 했으나, 공권력 투입사태 이후 결과적으로 ‘이사회 해체’를 주장하는 사원행동과 한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앞으로 두 세력의 연대가 더욱 공고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노조가 14일부터 일주일간 ‘언론노조 탈퇴’와 ‘낙하산 사장 반대’를 내걸고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인데, 사원행동은 “산별 탈퇴 투표는 무조건 지는 게임”이라며 말리고 있다. 그러나 두 단체의 근원적인 견해 차이였던 정 사장이 퇴임함에 따라 갈등은 어느정도 해소됐다는 게 사내의 분석이다. 연대가 공고해질 경우 투쟁의 폭발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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