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박명종 피디 방송대상 시상식 소감 화제
한 중견 피디가 전국으로 생중계된 방송대상 시상식에서 ‘권력의 주구’ 등의 표현으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를 강하게 비판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케이비에스(KBS)홀에서 열린 제35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부처님 오신 날 특집 다큐멘터리 ‘아가마의 길, 2552년 만의 귀향’으로 지역부문 공로상을 받은 부산문화방송 박명종(57) 피디(티브이제작부 부국장)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세상일은 자꾸 변하고 변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정권이 방송을 탐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며 현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사냥하는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다닌다. 그런데 앞에 가는 개는 달린다. 그래서 달릴 주, 개 구 자를 써서 ‘주구’라고 한다”며 “권력의 주구가 돼 가지고 지금도 방송을 어떻게 하려는 인간들이 있다. 방송의 날을 맞아 그런 인간들이 없고 방송인들이 자유롭게 방송할 수 있는 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객석에서 큰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시상식은 <문화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이후 박 피디의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박 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 정부는 검찰과 감사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방송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며 “정년을 1년 남긴 내가 나서 비판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1978년 부산문화방송에 입사한 뒤 지금까지 방송대상을 세 차례 받는 등 30년 동안 다큐멘터리 피디로 활동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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