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미디어전망대] 정부 방송정책 역풍은 자업자득

등록 2008-09-30 18:18수정 2008-09-30 19:24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
미디어전망대
정부의 민영 미디어렙(광고판매 대행사) 도입 추진은 언론단체와 종교, 지역방송사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방송통신 융합과 방송시장 개방을 앞두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송체제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모두 강한 역풍을 맞고 있다.

민영 미디어렙뿐만 아니라 일부 지상파 방송 채널과 뉴스전문 채널의 매각도 추진단계에서부터 강력한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정부의 방송정책이 모두 권력의 ‘언론장악 기도’라는 비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비판의 근거를 제공한 쪽은 바로 정부 자신이다.

방송체제의 대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언론장악 기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 정책을 추진할 책임자를 신중하게 선임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장 자리를 자신의 ‘멘토’로까지 알려진 측근에게 맡김으로써 첫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 되었다. 게다가 한국방송 사장의 해임파동, 와이티엔 사장의 임명파동 등 필요불가결하지도 않은, 무리한 인사정책을 통해 방송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말았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들고 나오는 방송정책이면 무조건 언론탄압이라는 틀 속에서 재단될 수 있는 조건을 대통령 스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통한 사전정지 작업도 없이 불쑥 들고 나온 민영 미디어렙이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방송광고 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체제의 해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코바코는 1981년 신군부가 방송광고의 독점적인 배급권을 쥐고 방송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기관이다. 하지만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코바코의 방송 통제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그 대신 독점적 광고배급권을 활용하여 방송사들의 경쟁 과열을 막고, 경쟁력이 약한 종교와 지역방송 등의 생존기반을 만들어줌으로써 방송의 공익성과 다양성을 지원하는 역할이 부각되었다. 코바코에 의한 방송광고 배분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은 잘 작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의 성장이 정체에 빠지고 케이블, 위성 등 방송 매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방송계가 치열한 경쟁 속으로 빠져들자 코바코 체제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런데 종교계 방송사들은 코바코 체제의 해체를 ‘종교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코바코를 해체하느냐 하는 것은 방송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느냐 하는 문제이다. 그것은 종교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바뀌느냐 하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코바코 체제와 상관없이 종교 지역 방송에 대한 지원은 방송의 다양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독재정권의 산물이었던 코바코 체제는 방송장악이라는 출범 당시의 주요기능은 정지된 채 방송의 다양성 지원이라는 부수적인 기능으로 생명을 이어왔다. 김영삼 정권 이후 역대 정권이 코바코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함으로써 이루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가 방송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강한 방송체제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정책에서 언론장악의 냄새가 나는 부분을 도려내어 신뢰를 되찾는 일부터 하기 바란다.

성한표 전 <한겨레> 논설주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