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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어린이의 집중력은 딱 15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15분마다 티브이 프로그램에 중간광고를 허용한다. 한참 내용에 몰입하다 보면 화면이 끊기면서 광고로 연결된다. 이게 반복되다 보니 학교수업 때도 15분만 지나면 절로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무시무시한 전사회적 조건반사다.
그런데 틈만 나면 이런 파블로프식 실험대상에 한국민도 꼭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곳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 이름이 ‘문화’관광부다. 정동채 문화부 장관은 2일 ‘디엠비산업 활성화 지원계획’이라는 걸 발표했다. 지상파디엠비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등 광고제도를 고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장관은 앞서 지난 1월엔 지상파 방송에 중간광고 도입 의사를 비쳤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문화부는 이번엔 “새 매체인 지상파디엠비 활성화를 위해선 지상파 방송과 똑같은 광고규제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지상파 방송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광고업계와 방송사 쪽의 민원이 거셌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명을 듣노라면 ‘과연 문화부는 누구를 위한 부처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광고업계와 방송사의 이해만 있지, 시청자는 아예 안중에 없는 듯해서다. 중간광고에 관한 정책 권한을 지닌 방송위원회는 “시청자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때 중간광고 허용은 검토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지상파디엠비 사업자들도 “방송시간이 5~20분 단위로 짧은 지상파디엠비는 중간광고가 큰 의미가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문화부의 처신은 어떤 방송이든 공공재인 지상파를 사용하는 한 보편적 무료서비스여야 한다는 원칙과도 어긋난다. 시청자로선 문화부에 방송정책권을 쥐어줘선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손원제/여론매체부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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