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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미디어전망대] YTN 기자 강제 해직 안된다

등록 2008-10-07 19:24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미디어전망대
대통령 후보 특보 출신 사장 선임에 반대해 온 <와이티엔>(YTN) 기자 6명이 해직됐다. 1980년 신군부 시절 이후 처음 있는 정치적 강제해직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기자들을 강제로 해직하면서까지 구본홍씨를 와이티엔 사장으로 임명해서 정권이 얻을 것은 별로 없다. 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드러내놓고 활동했던 분이 책임자인 방송사의 신뢰도는 낮아질 것이며, 이런 사장은 직원들에게 합리적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신뢰 없는 방송사와 사장을 통해 정권이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다른 방안이 많은데도 굳이 이를 고집하는 것은 정권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제 와 되돌리면 얕보일 것이 두려워 힘을 자랑해 보이는 것이라면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구씨의 사장 선임은 와이티엔 언론인들에게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출범 직후부터 끊임없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10여년 만에 겨우 자기 회사가 주요 뉴스 매체로 자리잡은 것을 경험하고 있는 종사자들이다. 와이티엔 창립 기획에 참여했던 필자는 이 방송의 발전상을 직간접으로 목도해 왔다. 와이티엔 기자들은 초기에는 기자실 출입도 자유롭지 못했으며, 기성 방송사의 근무여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야 했다.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시절에는 자본금이 잠식당한 상태에서 직원들이 돌아가며 무급 휴직을 하면서 재정 부담을 줄였다. 공적기금이 투여된 증자 과정에서 직원들은 개인적으로 은행빚을 내 주식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돈을 보탰다. 이번에 나타난 와이티엔 종사자들의 ‘이례적인’ 단결심은 이들의 과거가 만들어 낸 절박함인 것이다.

와이티엔 종사자들에게 구 사장 반대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념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이에 적극 참여하는 직원들을 이념의 자로 절대 가려낼 수 없다는 사실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기성 언론사에서 건너온 소수 선배들의 지도를 받으며 거친 들판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성장한 와이티엔 수습 요원들은 이제 ‘한국의 뉴스 채널’을 움직이는 중견 사원들이 되었다. 노종면 노조위원장만 해도 공채 2기로 출발해 ‘돌발영상’ 등 한국의 뉴스 제작기법 발전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이번에 징계를 받은 직원 대부분이 보도 및 제작을 잘하는 것으로 인정받는 우수 인력이다. 처지를 이해할 만도 하지만 일부 선배들이 유능한 후배와 그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두 달 전쯤 와이티엔 재직 시절 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후배들이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끝까지 가겠다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걱정이었다. 필자는 과거 ‘동아투위’ 기자들의 인생 험로를 잘 알고 있기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만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배들은 어려운 길을 결연히 선택하고야 말았다. 언론인으로서 웅지를 펴보려면 방송보다 정치를 잘해야 하는 가치전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후배들의 결단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제라도 현 정권은 쓸데없는 희생을 내지 말고 구 사장 선임과 언론인 해직을 철회해야 한다. 큰 힘을 가진 정부가 젊은 언론인 몇 명을 자르는 데 힘을 과시해서야 되겠는가? 대한민국이 특보출신 사장을 거부한다고 해서 기자들을 해고하는 나라가 될 수는 없다. 더 얻을 게 없는데 이제까지의 투입을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히 돌아서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명분이 아니면 실용이라도 챙기자.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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