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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기자 집단해고 ‘반성없는’ 동아

등록 2008-11-04 19:36

동아일보사가 박정희 정권의 요구에 굴복해 기자들을 집단 해고시켰다는 진실화해위 결정을 정면 반박한 동아의 지난달 30일치 기사들.
동아일보사가 박정희 정권의 요구에 굴복해 기자들을 집단 해고시켰다는 진실화해위 결정을 정면 반박한 동아의 지난달 30일치 기사들.
진실화해위 “중정뿐 아니라 동아일보도 책임” 발표
동아 즉각 “정권 요구 아닌 경영상 문제때문” 반박
동아투위 “우리 내쫓은 뒤 곧장 기자충원 왜했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1974~75년 동아일보 광고탄압 및 기자 집단해직 사태엔 중앙정보부 뿐 아니라 동아일보의 책임도 크다’는 요지의 조사 결과(한겨레 10월30일자 기사 참조)를 발표했다. 진실화해위 발표는 ‘130여명의 기자 해고가 정권 요구에 굴복해서가 아닌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란 동아일보사의 기존 주장을 뒤엎는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이튿날 곧바로 반박기사를 냈다. 동아의 반박은 기자 해고는 박정희 정권과 무관함을 입증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진실화해위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며 동아가 제시한 근거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선 동아는 그간 기자 해고의 법률적 정당성의 근거로 삼아왔던 1979년 대법원 판결을 이번에도 맨 앞에 내세웠다. 해직 언론인들이 동아일보를 상대로 낸 ‘해고처분 무효 확인소송’에 대해 ‘경영상의 문제였다’며 기각한 판결이었다.

그러나 동아 보도는 유신독재 하에서 내려진 판결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 뿐 아니라, 이후 법원이 다른 취지로 판결을 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4부는 2005년 11월29일 동아일보사가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판결문에서 “사내 질서와 기강을 확립한다는 명분 하에 당시 자유언론실천운동을 주도하며 유신정권과 긴장관계에 있던 기자들을 대량 해고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며 “동아일보사가 대량 해고 조치를 단행한 것은 단순한 사내분규 이상의 정치·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동아일보사의 당시 사장인 김상만이 유신정권의 광고탄압에 적극적으로 싸울 의지가 부족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동아일보사가 한겨레의 2001년 ‘언론권력 해부’ 시리즈 기사에 대해 제기한 이 소송 과정에서 광고탄압 당시 동아일보 광고국장이 직접 증언대에 서 판결문 취지와 유사한 증언을 했다. 이후 대법원 제1부도 2008년 2월14일 서울고법의 판결을 그대로 수용해 동아일보에 패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단순히 경영상의 문제로 해고한 것이 아님을 법원이 판결을 통해 확인한 셈이다.

동아의 기자 해고가 경영상의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다른 정황들도 있다. 당시 주필이던 고 이동욱 동아일보 회장은 2001년 <문화방송>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의 인터뷰에서 “(3월8일) 18명 나간 분들, 근본적인 원인제공은 광고탄압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75년 2월3일 박준규 당시 공화당 정책의장도 외신과의 회견에서 “동아일보는 지금 기자들의 지배 아래 있다. 우리는 동아일보가 발행인이나 편집인들의 지배 아래 놓여지기를 바라고, 그렇게 된다면 사태해결을 손쉽게 만들 수 있을 것(75년 2월4일 동아일보 보도)”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 발언이 있은 후 같은 달 28일 동아일보 주주총회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내 질서와 기강을 확립할 것’을 결의했고, 열흘 뒤인 3월8일 동아일보사는 18명을 대상으로 첫 해고를 단행했다.


동아 기사는 또 ‘동아가 중정과의 협상에서 광고 재개 조건으로 편집국 주요 간부의 인사를 중정과 사전 협의하고 사과성명을 내는 것을 수용했다’는 진실화해위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중정의 광고탄압 해제도 국제 언론단체들의 압박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아무개 당시 중정 차장보는 위원회 조사에서, 75년 7월11일 김 사장을 만나 10시간 협상을 벌였다며 상반된 진술을 했다. 그는 “동아일보사에서 개전의 정을 표시하는 사과성명을 내고 주요 간부 인사는 사전에 중정과 반드시 협의하라는, 광고탄압 풀어주는 조건을 제시했는데 김 사장이 수용했다”며 “그 결과를 신직수 (중정) 부장에게 보고하자 바로 동아일보사에 대한 광고탄압을 해제했다”고 털어놨다. 양 전 차장보는 “그래야(간부 인사의 사전 협의를 요구해야) 다음부터 박정희 정권에 반대하는 기사를 게재하지 못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협상에 배석했던 이동욱 회장도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의 인터뷰에서 “각서를 썼다”고 인정했다. 다만 반박기사 내용처럼 동아가 사과성명문을 싣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동아일보 사사 <민족과 더불어 80년>도 “정부에 대한 사과성명이나 사설 대신 ‘긴급조치 9호를 준수한다’는 내용을 보도하는 선에서 타협을 봤다”고 기록하고 있다.

정동익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해고 사유가 부서 축소 등 경영상 문제 때문이었다면 우리를 내쫓은 후 바로 타사 기자들로 충원한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중정 요구 수용 사실도 이동욱 회장한테 내가 직접 들은 이야기”라며 “반박기사가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은 동아일보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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