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 생존경쟁…지역·종교방송 반발
‘민영미디어렙’탄력…MBC 민영화 맞물려 ‘촉각’
‘민영미디어렙’탄력…MBC 민영화 맞물려 ‘촉각’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7일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와 코바코의 출자를 받은 광고대행사만 지상파 방송 광고 판매대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방송법 73조 5항 등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직업 수행의 자유를 이유로 들었지만, 작은 매체의 붕괴와 방송의 상업성 심화를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뚜렷한 기준 없이 방송광고 판매 대행사를 코바코와 코바코가 출자한 회사로 제한하는 것은 민영 광고판매 대행사 등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방송의 공익성을 보장하면서 실질적 경쟁체제를 도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요건을 갖춘 판매 대행사에 대한 허가 △중소 방송사에 일정량의 광고 제공 의무화 △광고가격의 상한선 책정 등을 예로 들며 “현행법은 방송의 공익성·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외면한 채 코바코와 그 출자회사에만 판매대행을 허가함으로써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내년 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종교방송 쪽에선 격앙된 목소리들이 터져나왔다. 이영훈 지역방송협의회 공동의장은 “헌재가 지난 27년간 유지돼온 코바코 체제의 사회적 합의를 신중치 못한 판단으로 뒤집어 버려 실망스럽다”며 “앞으로 지역방송은 태풍 앞에 놓인 가녀린 민들레 신세가 됐다”고 비판했다.
관련법 개정이 시급해지면서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방송광고 판매대행 업무는 1981년 설립된 코바코가 독점해 왔다. 광고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것도 사실이나, 여론 독과점 우려가 끊이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코바코 체제는 매우 중요한 공익적 기능을 담당해 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광고 안배를 통해 작은 방송을 지원함으로써 여론 다양성을 유지하는 구실을 해 왔고, 광고를 매개로 광고주와 방송사 사이에 이뤄지는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를 막았다. 그러나 앞으로 방송광고 시장의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코바코의 조정 기능이 사라지면서 방송광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의뢰한 ‘방송광고 제도 변화에 따른 매체별 광고비 영향 분석’ 결과를 보면, 정부가 우선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한경쟁 방식(공영방송은 코바코가, <에스비에스>는 민영미디어렙이 맡는 방식) 도입 후 4년 만에 지역방송은 20%(1700억여원), 종교방송은 80%(약 200억여원)의 광고가 줄어든다.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광고 규모는 제도 도입 4년 후 26.9%(5500억여원) 줄어들고, 기타 일간지는 이듬해에만 40.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열한 광고 수주 경쟁으로 콘텐츠의 상업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헌재 판결에 따른 법 개정은 언론 전체를 자본논리에 휩싸이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문영 박현철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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