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구호 빼고 박수소리 삽입
제작국장 “쇼프로라서…”
<한국방송>이 지난 31일 밤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생중계하면서, 현장에서 벌어진 촛불시위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도록 편집해 방송한 것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방송은 이날 보신각 타종 행사를 중계하면서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촛불시위’ 인파를 외면한 채 근처 야경을 집중적으로 내보냈고 현장 음향도 차단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사할 때 야유가 터져 나왔지만 한국방송은 이 부분을 박수 효과음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당시 보신각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야유를 퍼부으며 방송 왜곡에 항의했으며, 누리꾼들은 1일과 2일 한국방송 뉴스 게시판 등에 한국방송을 비판하는 글을 수천건씩 올렸다.
특히 1일 밤 <문화방송> 뉴스데스크의 신경민 앵커가 한국방송을 비판하면서 논란은 더 거세졌다. 신 앵커는 뉴스데스크 마무리 발언에서 “이번 보신각 제야의 종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다. 각종 구호에 1만여 경찰이 막아섰고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다”며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언론, 특히 방송의 구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청자들이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 실습교재로 열공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해당 프로그램을 총연출한 오세영 한국방송 예능제작국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해 희망을 전하는 쇼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집회 현장의 화면과 음향을 전하지 않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신 앵커의 말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신 앵커는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기획의도와 다른) 현장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는 저널리즘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코멘트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재반박했다. 김동훈 황예랑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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