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균 PD수첩 책임피디
800회 맞는 ‘MBC 피디수첩’ 김환균 책임피디
‘촛불시위’ 뒤 맡아 부담감 다문화·환경 등 영역 확대
‘촛불시위’ 뒤 맡아 부담감 다문화·환경 등 영역 확대
“베이징 올림픽에서 9회 말 원아웃에 구원투수로 올라간 정대현의 마음이었다.”
20일 800회를 맞는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김환균(사진) 시피(책임프로듀서)는 지난해 9월 이 자리를 맡았을 때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불거진 ‘촛불 시위’의 파장이 온 나라를 뒤흔들었으니 적잖이 어깨가 무거웠을 법하다.
<피디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간판 시사프로그램들을 두루 거친 그는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인터뷰가 자칫 프로그램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자신만의 원칙 때문이다. 그는 최근 미네르바 사건으로 촉발된 표현의 자유 문제부터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경색된 남북관계 등까지 좀 더 긴 호흡으로 다루고 싶다는 말로 얘기를 시작했다.
800회 특집으로는 ‘800가지의 소망’과 ‘녹색 뉴딜은 희망인가’가 방송된다. 김 시피는 “‘2009 희망의 조건’이라는 큰 기획의 출발이며, 희망을 갖기 위한 최소 조건에 대해 짚어보는 기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게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황우석 사건 때도 그랬고, 한-미 에프티에이 문제, 미국산 쇠고기 문제까지 피디수첩은 그동안 모든 정부가 불편해했던 프로그램”이라며 “앞으로도 모든 정부가 공평하게 불편할 것”이라며 웃었다.
김 시피는 14년 전 200회 특집 때부터 쓴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라는 프로그램의 구호를 만든 당사자이기도 하다. “낡은 느낌이 있지만 그 ‘정직한’이라는 덕목이 800회를 버티게 해준 힘인 것만은 사실이죠.”
앞으로 1000회까지 4년, 이명박 정부의 임기와도 일치하는 이 시기 동안 <피디수첩>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권력의 감시자라는 중심을 틀어쥐고 큰 이야기를 계속하겠지만 영역의 확대를 고민하고 있어요. 수도권 편향·집중으로 인한 지역 문제, 다문화 사회·외국인 문제, 환경 문제 등 주로 우리 삶 속으로 더 긴밀하게 파고들 계획입니다.”
김 시피는 시청자와 함께 ‘우리 안의 문제’, 즉 대상을 타자화해 놓고 쉽게 비판하는 차원을 넘어 ‘내 문제라면 어떨까’라는 한층 심화된 고민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라는 또다른 지향도 얘기했다. “화법의 변화죠.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눈높이를 맞추는….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게 주였다면 올 한 해는 화요일 밤에 ‘불편한 고민’을 나눴으면 합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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