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없이 보도게시판 실명제 전환
기자들 자유로운 의사소통도 막아
기자들 자유로운 의사소통도 막아
<한국방송>이 기자 게시판을 실명제로 전환하고 출입기자들의 통제를 강화하는 등 안팎으로 ‘언로’ 차단을 시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방송은 지난 6일 보도본부 내부 보도정보게시판을 전격적으로 실명제로 전환해 기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종율 한국방송 보도본부장은 지난 6일 사내 보도정보게시판에 올린 ‘익명게시판의 실명제 전환 공고’를 통해 “최근 익명성에 기댄 비방과 욕설, 인권 침해적인 글들이 난무함으로써 케이비에스(KBS) 보도게시판은 본래의 설치 목적은 사라지고 ‘편 가르기의 장’으로 전락한 실정”이라며 실명제를 즉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필규 한국방송 기자협회장은 “보도본부 게시판은 애초 기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 기자협회가 요구해 만든 것이며 그동안 대다수 글이 익명으로 올려졌다”며 “기자들 의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실명제로 전환하고 찬반투표 기능까지 없앤 것은 전횡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는 기자들이 민 회장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해 글을 올리도록 방침을 정해, 10일까지 100건 가량의 글 가운데 ‘민필규’라는 아이디로 95% 이상 올려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는 것인데 기자들의 반발은 이해할 수 없다”며 “기자협회장과 만나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은 또 지난달 18일부터 기자실을 별도 공간으로 옮기고 외부 출입기자들에게 보도본부와 제작본부 등 주요 사무실이 있는 본관과 신관 출입을 통제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출입기자들은 두차례 비판 성명을 낸 데 이어 스포츠·연예전문지를 중심으로 지난달 31일부터 한국방송 홍보기사 거부운동을 벌이고 있다.
강선규 한국방송 홍보팀장은 “생방송 사고 방지와 중요방송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였지만 기자들이 방문목적과 취재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더라도 홍보팀에 전화를 하면 출입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출입기자들은 조만간 회의를 열어 제작거부 등 민감한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예외없는 출입 허용을 명문화하도록 요구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