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 등 3사, 가입자 적고 눈덩이 적자 예상
방통위, 장병면회 등 사업 진행하며 투자압박
방통위, 장병면회 등 사업 진행하며 투자압박
아이피티브이(IPTV) 도입 5개월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들이 마케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으나, 정작 정부는 ‘아이피티브이 몰아주기 정책’을 가속화하며 기업들의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8일 현재 케이티(KT)·에스케이(SK)브로드밴드·엘지(LG)데이콤 3사의 실시간 아이피티브이 가입자 수는 24만9512명(각각 16만3891명·6만1175명·2만4446명)에 그쳤다. 기업들이 제시한 올해 목표치 224만명에 크게 밑돌 게 분명하다. 기업들은 누적적자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아이피티브이 활성화를 위한 비공개 당정 간담회에서 케이티는 올해까지 투자 누적금액이 8000억원을 상회한다며 울상을 지었고, 엘지데이콤도 수익성 저조로 2012년까지 3400억원의 적자를 예상했다.
정부의 ‘아이피티브이 올인’에 발맞춰온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정황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증가가 미미한 까닭은 기업들이 전국 영업망을 동원하는 홍보를 자제하며 비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3사의 1분기 투자실적이 미흡할 것으로 보고 투자 이행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케이티의 경우 이석채 회장 부임 이후 일정 기간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아이피티브이 사업에 지속적으로 거액을 투자하는 데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케이티 관계자는 “아이피티브이를 독자적 방송사업이 아닌 홈고객전략본부가 진행하는 ‘쿡’(초고속인터넷·집전화·인터넷전화·아이피티브이를 결합한 케이티의 통합 서비스)의 결합상품 중 하나로 보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아이피티브이 주무 부서인 미디어본부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전국 초·중·고교 및 전방 군부대 인터넷망 고도화 사업에 각각 450억원과 293억원을 쏟아부으며 기업들의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방통위는 5일에도 보건정보와 장병 면회, 농수산 홈쇼핑과 관광정보를 아이피티브이로 제공하는 시범서비스에 45억원의 민관 매칭펀드 지원을 발표하며 ‘아이피티브이 가속 페달’을 밟는 중이다.
조은기 성공회대 교수는 “기업들이 아이피티브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방송산업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합상품으로 활용해 통신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서다.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고 해서 고착화된 통신시장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잘못 만들어진 정책 체계를 인정하고 수습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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