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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인권’ 우선시 하는 외국언론

등록 2009-06-05 08:09수정 2009-06-05 09:31

WP, 자백 의존땐 살인혐의도 보도 안해
일본, 피의자 포토라인에 세우는 법 없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수사 단계부터 피의자의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속보경쟁에 매달리고 있는 우리 언론의 보도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 어떨까. 언론 선진국일수록 피의자의 인권을 좀더 무겁게 여기고 기소 단계 이전에는 무죄 추정 원칙에 기반해 최대한 신중하게 보도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는 피의자의 자백에만 의존한 경찰의 수사 발표는 살인혐의라고 해도 신문에 게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도 ‘급하게 특종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사건보도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속보경쟁을 이 나라 언론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피의자 인권 보호 책임을 수사기관에 무겁게 지우고 있는 점도 신중 보도를 가능케 하는 한 요인이다. 진술 내용이나 묵비권 행사 여부 등 수사 관련 정보가 배심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나라 검찰과 경찰은 수사 내용을 함구해야 한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미국에서 (수사 당국이) 만약 피의사실을 흘렸다면 오히려 영장실질심사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국민적 신뢰도가 높은 5대 권위지는 속보경쟁을 지양한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사건의 맥락을 짚지 않은 채 있는대로 쏟아내는 것은 오히려 국민이 진실을 알 권리를 막는 것”이라고 했다. 선정적인 비리 고발 등은 오히려 국민의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최대 부수의 황색언론 <빌트 차이퉁>은 2002년 총선을 앞두고 독자 취재로 특정 정치인들이 공무상 누적한 마일리지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고발했다. 이에 대해 망신주기식 표적 보도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영국의 경우, 피의자의 자백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하거나 “엄벌해야 한다”는 식의 ‘단죄 사설’도 법정모독죄에 걸린다. 피의자가 공정하게 재판 받을 권리를 언론의 자유보다 우위에 놓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피의자 인권이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교통사고 사망자 명단도 인권보호 차원에서 싣지 않는다.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일도 없다. 하코야 데츠야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도 “일본 언론이라면, ‘박연차씨가 ~라고 말했다’는 검찰 발표를 정확하게 인용하고, 반대의견도 같은 크기로 실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외국 언론의 인권보호 중시는 오보 감시시스템과 철저한 정정보도 덕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봉수 세명대 교수는 “뉴욕타임스나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화끈하게 사과하고, 불분명하게 보도한 것조차도 정정보도의 대상에 포함시킨다”며 “일상적으로 반성하는 퀄리티 페이퍼(권위지)에선 검증없는 받아쓰기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코야 지국장도 “추후 무죄로 결론나면 수사기관의 잘못을 검증하고 보도기관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자성하는 기사를 쓴다”고 밝혔다. 김옥조 한림대 객원교수는 “우리 언론은 확정재판 기사인지, 용의자 검거기사인지 모를 정도로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표현을 쓰지만,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언론들은 피의사실을 단정하는 듯한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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