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시행령 개정안…“여론독과점 방지기구 독립성 훼손”
방송통신위원회가 미디어다양성위원회(다양성위)의 위원장을 방통위원장이 지명토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다양성위를 ‘정치적 요식행위 기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다양성위는 ‘불법 날치기’ 논란을 빚고 있는 한나라당 방송법안이 방통위 산하에 설치하도록 한 ‘여론독과점 방지’ 기구다.
방통위는 6일 오후 전체회의에 보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7~9명의 위원으로 다양성위를 구성(임기 2년, 1회 연임 가능)하되,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이 지명토록 했다. 위원장 궐석 때 직무대행 지명 권한도 방통위원장에게 부여했다. ‘분야별로 구성한다’는 것 말고는 객관적 위원 추천 기준도 없어 방통위의 자의적 구성을 가능케 했다.
당장 “여론독과점 방지 장치를 만들겠다는 한나라당 주장은 거짓말”이란 지적이 터져나왔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방통위의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현실에서 다양성위가 자체적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면 어떤 실효성도 담보할 수 없다”며 “방통위 영향권 밖에서 자율적인 논의를 보장받는 독립적 기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현재 금지된 가상광고(가상의 광고 이미지를 방송프로그램에 삽입)와 간접광고(특정 상품을 광고 소품 형태로 노출) 도입 방안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방통위는 가상광고는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 간접 광고는 오락과 교양 프로그램에 한해 허용했다. 어린이·보도·시사·논평·토론 프로그램 등은 제외시켰다. 그동안 간접·가상광고 도입을 두고 언론계에선 ‘방송에 진출하는 신문과 대기업에 재원을 만들어주는 한편, 새 사업자의 방송진출을 반대하는 지상파방송을 달래려는 목적’이란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간접광고 허용은 광고협찬을 많이 받는 데 골몰하는 방송제작 풍토를 낳아 프로그램 선정성을 심화시키고 완성도는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또 지상파·보도·종합편성 채널 진입을 원하는 일간신문에는 유가 판매부수와 직전 사업연도 재무제표 등의 자료를 제출토록 했다. 신문구독률은 인구주택총조사의 전체 가구 수와 주식·지분 취득일의 직전 사업연도 연평균 유료구독 가구 수를 대비해 산정하게 했고, 지상파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상호 주식·지분 소유는 33%까지 허용했다.
이날 방송법 시행령 보고는 이경자·이병기 두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별다른 토론 없이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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