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직원들 “조중동방송 부정적 이미지 희석 의도”
종합편성채널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최근 전국의 지역일간지들을 대상으로 종편 컨소시엄 참여를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일간지 종사자들 사이에선 “이들 신문사가 지역신문을 들러리 세워 ‘조선방송’과 ‘동아방송’에서 풍기는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신문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조선과 동아는 8월 중순께부터 전화나 대면접촉을 통해 전국의 주요 지역일간지 경영진들에게 종편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타진해 왔다. 신문사에 따라 조선·동아가 중복 제안을 한 곳도 있다.
영남지역 일간지인 ㄱ신문사 관계자는 “조선일보 지역 주재기자가 최근 회사를 찾아와 대표이사를 만난 자리에서 ‘본사 종편 준비팀 담당자가 직접 내려와 컨소시엄 관련 설명을 하고 싶어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충청지역 일간지 ㅊ신문사 관계자는 “동아일보 본사 쪽 사람이 20일 전후 대표이사를 만났다”며 “우리 신문 외에도 지역에서 거점이 될 만한 신문사들에 연락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인지역 ㄱ신문사엔 조선과 동아 모두가 컨소시엄 참여를 제안했다.
조선·동아도 제안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좀더 보편적인 컨소시엄을 꾸리기 위해 파트너가 될 만한 신문사들은 모두 타진하고 있으나 아직은 기획·조사단계”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관계자도 “논의가 꽤 진전되긴 했지만 진행중인 컨소시엄 내용은 최종 발표 시점까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신문사 내부에선 조선·동아의 제안을 의구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구성원들이 적지 않다.
조선과 동아로부터 중복 제안을 받은 ㅂ신문사 관계자는 “조선·동아는 지역신문과 지역 중소기업까지 참여시킨 전국적 컨소시엄을 만들어 ‘조중동 방송’이란 외부 비판 여론을 최대한 불식시키려는 것”이라며 “결국 들러리만 섰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쪽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ㄱ신문사 관계자도 “종편 컨소시엄에 들어갈 만한 투자 여력이 지역신문엔 없다”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업자 선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조선·동아에 이용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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