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논란
인력감축·디지털전환 등 공영방송 질과 관련 없어
광고 축소분 시장에 풀리면 종편 초기경영에 도움
인력감축·디지털전환 등 공영방송 질과 관련 없어
광고 축소분 시장에 풀리면 종편 초기경영에 도움
<한국방송>(KBS)이 예상 금액을 제시하며 수신료 인상 추진의 본격적 돛을 올렸으나, 진보와 보수 모두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못하다. 이병순 사장 취임 후 불거진 한국방송 신뢰도 약화가 수신료 인상의 설득력을 떨어뜨린 반면, 인상에 따른 공익성 강화안은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게 부정적 여론의 큰 축이다. 임창건 한국방송 정책기획센터장은 8일 공청회에서 현행 40%인 광고 비중을 20%로 줄이면 2500원인 현 수신료가 4500~4800원 선으로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윤준호 수신료프로젝트팀장은 1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금액이 최종 확정되면 공청회를 한 차례 더 열려고 한다”며 “시청자와 국민이 판단해 선택하도록 몇 가지 액수를 동시에 내놓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 비중을 전체 재원의 20%’에 맞춘 수신료 결정 움직임은 한국방송 수신료를 한나라당의 방송구도 재편 시도와 짝을 이뤄 사고토록 만들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은 공영방송의 광고 수익이 전체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방송공사법을 추진중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정부가 새로 허용할 종편 사업자의 이윤 보장에 수신료 인상을 활용할 것이란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여당은 방송공사법 제정과 수신료 인상을 통해 발생하는 한국방송 2텔레비전 광고 비축분을 방송시장에 풀어 다른 방송사업자의 경영난을 해소하겠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수신료 인상=공영방송 질 강화’란 등식이 성립할까에서도 전문가들은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이유는 달라도 우려는 한결같다. 한국방송은 수신료 인상을 전제로 2012년 디지털 전환 완수와 2텔레비전 광고 축소 및 2013년까지 인력 15% 감축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약자인 비정규직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수신료 안 받는 방송사들도 하는 디지털 전환 비용을 수신료로 충당하겠다는 것이 타당한지 분명치 않다”(8일 공청회)고 평가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도 “공익적 성격을 가진 프로그램들이 폐지됐고 국민의 지지는 떨어졌다. 수신료 인상 요구의 설득력은 오히려 더 희박해졌다”고 지적했다. 보수단체인 민생경제정책연구소는 8일 성명을 내어 “흑자가 났다고 하면서 또 수신료를 인상하자고 한다”며 “(수신료 징수 체계 정비 등) 뼈를 깎는 자기성찰이 있지 않고서는 수신료는 오히려 인하운동에 부딪힐 것”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올 정기국회 제출’이란 한국방송의 수신료 인상 목표 일정도 비현실적일 만큼 촉박하다. 국회 제출에 앞서 한국방송은 추가 공청회와 이사회 의결 및 방송통신위원회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아직 최종 인상액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사회 의결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호 야당 추천 이사는 “수신료 인상은 필요하지만 아직 국민적 논의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회가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결정을 내릴 순 없다”고 밝혔다. 이창근 여당 추천 이사도 “케이비에스가 촉박한 일정을 이유로 수신료 인상에 대한 대국민 약속의 현실성을 제대로 검증받지 못할 경우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상안이 국회에 넘어가더라도 통과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케이비에스가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부터 먼저 회복하지 않는 한 수신료를 올려줄 수 없다는 게 당론”이라고 전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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