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사장, 전면 삭제안 제시…노조 “방문진 요구 그대로 수용” 반발
‘뉴 엠비시 플랜’ 이행 과정에서 공정방송 제도를 사이에 둔 <문화방송>(MBC) 노사의 긴장감이 팽팽해지고 있다. 공정방송을 담보하는 조항을 전면 삭제한 경영진의 단체협약 개정안 제시에 13일 노조가 반발하며 ‘경영진 자리 보전 위한 미래위원회엔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이후부터다.
엄 사장이 19일 임원회의에서 “방송문화진흥회의 부당한 간섭엔 당당히 맞설 것”이란 뜻을 밝히며 ‘노조 달래기’에 나섰으나, 노조는 “단협 개정 및 손석희 ‘100분 토론’ 진행자 교체 문제 등 각론은 생략한 채 원론적 입장만 밝혀 달라진 게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엄 사장은 이날 “‘뉴 엠비시 플랜’은 자리 보전을 위한 일이 아닌데도 노사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방문진이 보도·제작·편성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엠비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 쪽은 엄 사장이 실제론 방문진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어,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선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대표적 예가 공정방송 담보 조항을 대거 삭제한 경영진의 단협 개정안이다. 경영진은 현 단협 21조(방송의 독립성 유지)에서 “각 사 사장은 방송의 최고 책임자로 공정방송 실현의 책무를 진다”는 2항과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책임과 권한은 관련 국실장에게 있다”고 규정한 3항을 지웠다. 보직국장 취임 6개월 뒤 정책간담회를 개최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반영해야 한다는 23조(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 2항도 사라졌다. 또 공정방송협의회 협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책임자 문책을 사장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공방협 운영 규정 1조 2항은 경영진 개정안에서 ‘건의할 수 있다’로 변경됐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엄 사장이 공정방송 의지를 엠비시 내·외부에 분명하게 천명하고,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틀을 보장하며, 구성원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세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향후 노사협의회도 없고 미래위 복귀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진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내년 초 주주총회에서 퇴진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노조는 23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그러나 사쪽 관계자는 “단협 개정안은 회사가 제시한 안일 뿐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게 아니다. 노조와 협의 과정에서 양보할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타협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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