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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손’ 청와대, 책임 숨기기

등록 2009-11-15 18:40

정 전사장 판결엔 “해임 자체 아닌 절차 문제”
YTN해고 위법엔 “회사-노조원간 해결할 일”
“공식적으로 코멘트할 게 없다.”

청와대 홍보라인 관계자들은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무효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해임취소 판결을 내린 데 이어, <와이티엔> 노종면 노조위원장 등 조합원 6명에 대한 회사의 해고 조치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온 데 대해 13일 이런 반응을 보였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기도가 위법임이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르지만 청와대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있었으나 청와대는 간단히 넘어갔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정 전 사장의 명예회복을 어떻게 해줄 것이냐”고 묻자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법과 질서에 따라서 적절한 절차에 따른 보상을 해야죠”라고 답변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김재윤 민주당 의원이 “정 전 사장 해임에 대해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파악해서 서면으로 답하겠다”고 넘어갔다.

청와대 공보 라인 관계자는 “정 전 사장 해임취소 판결의 경우, 해임 자체가 무효라는 게 아니라 해임에서의 사소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며 “정부가 곧장 항소 의사를 밝히지 않았냐”고 말했다. 박흥신 언론비서관은 <와이티엔> 노조원 해고가 위법하다는 판결에 대해서는 “노조원들과 회사(와이티엔)의 문제”라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무책임한 자세라는 지적이다. 두가지 판결 모두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정권에 주요 언론사 사장들을 정권에 우호적인 인물로 교체하려 무리수를 둔 데서 비롯됐고, 결국 청와대가 사태의 정점에 있다는 게 세간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 전 사장 해임 과정에는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감사원, 국세청, 검찰이 총동원됐다. 청와대 안에서 이번 판결들을 두고 “솔직히 우리가 무슨 말을 하겠냐”거나, “민망한 결과다”라는 말들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청와대는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교체와 와이티엔 구본홍 사장 임명 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을 부인한다. 그러나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지난해 대변인) 등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신재민 문화관광부 제1차관(지난해 2차관) 등과 함께 깊숙히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5월 한국방송 김금수 이사장을 만나 정연주 사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며 압력을 가시화했다. 정 전 한국방송 사장 해임 결정이 난 지난해 8월11일에는 최 위원장과 이동관 대변인,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김회선 국정원 2차장 등이 모여 한국방송 새 사장 선임 문제를 논의했다. 그런가 하면 신 차관은 지난해 7월 ‘대통령이 한국방송 사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느냐’는 논란이 일 때 “해임 권한이 있다. 해임이 맘에 안들면 당사자가 소송을 걸 수 있는 것”이라며 해임을 기정사실화했다.

같은 달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한국방송 사장은 정부 산하기관장으로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해, 정 사장 교체를 당연시하는 동시에 한국방송의 중립성을 무시하는 태도를 당당하게 밝혔다.


이에 대해 한 한나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은 “이번 정연주 사장 건과 와이티엔 건은 기본적으로 조급하고 지나친 청와대의 전 정권 청산이 불러낸 사고”라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행사한 청와대가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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