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과 한국방송 노조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방송 앞에서 한국방송 이사회가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의 김인규 사장 임명제청을 규탄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김인규 사장’ 청와대 낙점설
“개입 없었다” 부인하면서도 몰표배경 시사
야당추천 이사 “몰아주기 감지하고 기권”
이병순 우세전망, 반나절 만에 완전 뒤집혀
“개입 없었다” 부인하면서도 몰표배경 시사
야당추천 이사 “몰아주기 감지하고 기권”
이병순 우세전망, 반나절 만에 완전 뒤집혀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계자들은 20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참모 출신인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이 전날 <한국방송>(KBS)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로 최종 선출된 데 대해 “전적으로 한국방송 이사회가 결정한 것”이라며 청와대 개입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한국방송 사장이라는 중차대한 인사 문제에 청와대가 마냥 손을 놓고 있지 않았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특히 김 회장에게 여당 추천 이사들이 ‘몰표’를 던진 사실이 ‘청와대 낙점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방송 사장 최종 후보 선출이 있었던 19일 오전까지 이병순 현 사장이 우세할 것이란 사내 안팎의 전망은 투표 결과가 공개되면서 뒤집혔다.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기권한 상태에서 여당 추천 이사 7명은 1차 투표에서 김 회장에게 5표(이병순 1표), 결선투표에선 6표(이병순 1표)를 몰아줬다. 오후 들어서는 사내에서도 “청와대가 김인규를 밀기로 했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고, 노조가 이사회와 청와대 쪽에 강하게 항의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한 야당 추천 이사는 “여당 이사들의 ‘김인규 몰아주기’를 감지했기 때문에 우리가 기권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이사는 “네 번째로 면접을 본 김 회장은 자신만만한 표정이었으나, 마지막 면접자인 이 사장은 들어올 때부터 사색이었다”며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청와대가 투표 전에 ‘교통정리’를 끝냈다고 직감했다”고 전했다.
‘김인규 집중 지원’ 사실은 여당 쪽도 시인했다. 한 여당 추천 이사는 “청와대 낙점은 절대 없었다”면서도 “솔직히 말해 표가 분산되면 재공모 사태까지 갈 수 있으므로 (김인규 집중투표) 논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이사들이 옮겨온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도 지난 10일 한국방송 사장 후보 공모 마감 전까지만 해도 “김인규 카드는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으냐”는 회의론이 많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단정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19일 오후 “좋은 분이 살아 돌아오길 기대한다”는 말로, 김 회장을 선호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런 청와대의 기류가 한국방송 이사회에도 직간접적으로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선 참모 출신’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야당과 언론노조 등의 반발에 부닥쳐 좌절됐던 ‘김인규 카드’가 이번에는 왜 논란을 무릅쓰고 선택된 걸까. 이 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병순 현 사장에 대한 한국방송 이사회와 구성원들의 불만이 많은 반면, 김 회장은 능력을 인정받고 사내에서 지지세를 얻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김 회장이 중도포기한 것은 촛불시위와 <와이티엔>(YTN) 구본홍 사장 임명 논란 등이 겹쳤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는 그때와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초반에는 김 회장에 대해 부담감을 가졌으나, 막상 김 회장이 사장 후보 공모에 응한 뒤 한국방송 내부 반발이 예상보다는 약하다고 보고 김 회장에게 ‘알아서 돌파하라’는 신호를 줬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황준범 이문영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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