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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미디어전망대] 정권이 삼킨 공영방송의 미래는…

등록 2009-11-24 18:58수정 2009-11-24 19:28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이명박 정부는 또 한 번의 악수를 두고 말았다. 공영방송 <한국방송>(KBS) 신임 사장에 대선 핵심 참모를 기어코 뽑는 무리수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표면상으로는 한국방송 이사회와 사추위를 통해 모양새를 갖춘 것 같지만, 청와대의 배후 조종과 여당 성향 이사진의 사전 공모에 의해 특정인 밀어붙이기 작전(?)을 결행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로써 정부·여당의 방송 장악 의도와 시도가 얼마나 끈질기고 무모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3대 사건’을 꼽으라면 <와이티엔>(YTN) 대량 해직 사건과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해임 사건, 국회에서의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사건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3대 사건이 모두 사법부로부터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주지하다시피 와이티엔 사태는 여당 대선 후보의 언론특보를 맡았던 이를 사장으로 들어앉히는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 사원들을 대량 해직한 것과 관련하여 법원은 이를 ‘무효’라고 판시했다. 보도전문 채널의 공정성 수호를 위한 정당한 저항임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이는 또한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특정 정당 선거참모의 낙하산 인사는 안 된다는 법적 판단이기도 한 셈이다.

보수 시민단체와 국가기관을 총동원하여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을 사장직에서 몰아냈던 사건 역시 절차상의 위법성과 재량권 남용 등을 이유로 해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이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강행했던 신태섭 전 한국방송 이사의 교수직 해임 사건과 관련해서도 최근 대법원은 해임 무효 확정 판결을 내렸다.

어디 그뿐인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온갖 추태를 보이며 날치기 처리한 미디어법과 관련해서도 헌재는 심의·표결권 침해와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 등 절차상의 ‘위법’을 선언하고 사실상 국회에서의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한마디로 정부·여당이 그동안 방송 장악을 위해 저지른 일들은 모두가 ‘유죄’ 판결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사과와 사죄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 반성의 기미는 더더욱 없다. 오히려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또다시 되풀이하고 말았다. 그들에게는 교훈이란 게 없는 모양이다. 가히 철면피라 할 만하다.

‘3대 사건’에 대한 사법부 판결에는 공정성이 생명인 방송에 친여 낙하산 인사는 안 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교훈을 비웃기라도 하듯,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한술 더 떠서 아예 국가 기간방송이자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한국방송 사장 자리에 초특급 핵심 선거참모를 앉혀 버렸다. 마침내! 드디어! 자신들의 ‘일등공신’을 새 사장에 앉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한국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제 한국방송은 국민의 방송이 아니고, 한나라당 ‘방송전략실장’이 지휘하는 정권의 방송이 되었다. 혹자는 신임 사장이 개인적인 능력 면에서나 친화력 측면에서 탁월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의 그런 능력이 청와대나 정부·여당과의 제한된 친화력이고, 그런 편중된 친화력 위에서 발휘되는 개인적인 능력이기에 심히 두렵다는 것이다. 그런 능력이 결과적으로는 공영방송 한국방송의 공정성 구현과 공영성 실현에 치명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와 국민에게는 새로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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