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디어렙 ‘1공영 다민영’ 확정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11일 내놓은 ‘1공영 다민영’ 미디어렙 안은 사실상 방송산업을 무한경쟁 체제로 몰아넣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또 지역·종교방송 등의 취약매체는 곧바로 생존을 위협받을 것으로 보이며, 신문이나 잡지 등 다른 매체들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MBC·SBS에 민영렙 허용 사실상 ‘1사1렙’
신문·잡지 등 타매체 광고도 타격 불가피
종편에 ‘직접영업 허용’ 특혜 줄 가능성도 ■ 무한경쟁 속 취약 매체 고사 우려 방통위 안은 사실상 지상파에 민영 미디어렙 설치를 허용해주는 1사1렙 안이다. <문화방송>(MBC)과 <에스비에스>(SBS)가 자회사로 미디어렙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한정된 광고시장을 놓고 지상파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취약 매체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민영 렙을 갖게 되면 지상파들은 현재보다 광고 매출이 약간 늘겠지만, 매체 파워가 약한 지역·종교방송은 생존의 기로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역·종교방송들이 서울 지상파와 연계 판매를 통해 유지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문화방송이나 에스비에스는 지금까지 광고매출의 18~25% 정도를 지역 엠비시와 지역 민방에 전파료 명목으로 배정해왔다. 하지만 자사 렙을 갖게 될 경우 서울 지상파들이 전파료 배분율을 지금처럼 유지하기는 힘들다. 이재우 전국엠비시미디어렙특위 위원장(대전 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은 “광고주 대부분이 서울에 있는데 이들이 지역방송에 광고를 내는 것까지 고려해서 광고료를 책정하지는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서울 지상파들도 전파료 배분율을 지금보다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1공영 다민영 형태의 미디어렙은 신문이나 잡지 등 다른 매체의 광고도 크게 잠식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신문의 한 간부는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복수 민영 미디어렙이 들어오면 신문 광고는 15~20% 빠지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자료를 보면, 미디어렙 제한 경쟁(1공영 1민영) 도입 시 조중동은 첫해 광고수입이 5%, 둘째 해 13% 줄며, 지방지와 <한겨레> 등은 첫해 19.7%, 둘째 해에는 42%가 감소한다. 따라서 완전경쟁체제 도입은 신문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완전 경쟁체제는 방송의 상업화와 선정주의 강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종편 지원용으로 흐를 가능성 높아 현재 국회엔 4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방통위 안은 국회에서 논의할 때 하나의 고려사항일 뿐이다. 하지만 방통위 안은 지난 5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미디어렙 법안과 거의 흡사하다. 다른 것은 1인 지분 비율을 51%보다 낮은 40%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애초 1공영 1민영의 제한적 경쟁체제를 구상했던 민주당이 갑자기 1공영 다민영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1공영 1민영이 1공영 다민영보다 방송의 공영성을 더 보장한다고 볼 수 없다. 공영성에 관한 우려는 공·민영간 교차판매 허용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등장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도 여권의 미디어렙 법안 구상에 포함돼 있다. 한나라당의 한선교·진성호 안과 방통위 안은 모두 종편의 직접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신문·잡지 등 타매체 광고도 타격 불가피
종편에 ‘직접영업 허용’ 특혜 줄 가능성도 ■ 무한경쟁 속 취약 매체 고사 우려 방통위 안은 사실상 지상파에 민영 미디어렙 설치를 허용해주는 1사1렙 안이다. <문화방송>(MBC)과 <에스비에스>(SBS)가 자회사로 미디어렙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한정된 광고시장을 놓고 지상파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취약 매체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민영 렙을 갖게 되면 지상파들은 현재보다 광고 매출이 약간 늘겠지만, 매체 파워가 약한 지역·종교방송은 생존의 기로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지역·종교방송들이 서울 지상파와 연계 판매를 통해 유지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문화방송이나 에스비에스는 지금까지 광고매출의 18~25% 정도를 지역 엠비시와 지역 민방에 전파료 명목으로 배정해왔다. 하지만 자사 렙을 갖게 될 경우 서울 지상파들이 전파료 배분율을 지금처럼 유지하기는 힘들다. 이재우 전국엠비시미디어렙특위 위원장(대전 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은 “광고주 대부분이 서울에 있는데 이들이 지역방송에 광고를 내는 것까지 고려해서 광고료를 책정하지는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서울 지상파들도 전파료 배분율을 지금보다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1공영 다민영 형태의 미디어렙은 신문이나 잡지 등 다른 매체의 광고도 크게 잠식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신문의 한 간부는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복수 민영 미디어렙이 들어오면 신문 광고는 15~20% 빠지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자료를 보면, 미디어렙 제한 경쟁(1공영 1민영) 도입 시 조중동은 첫해 광고수입이 5%, 둘째 해 13% 줄며, 지방지와 <한겨레> 등은 첫해 19.7%, 둘째 해에는 42%가 감소한다. 따라서 완전경쟁체제 도입은 신문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완전 경쟁체제는 방송의 상업화와 선정주의 강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종편 지원용으로 흐를 가능성 높아 현재 국회엔 4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방통위 안은 국회에서 논의할 때 하나의 고려사항일 뿐이다. 하지만 방통위 안은 지난 5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한 미디어렙 법안과 거의 흡사하다. 다른 것은 1인 지분 비율을 51%보다 낮은 40%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애초 1공영 1민영의 제한적 경쟁체제를 구상했던 민주당이 갑자기 1공영 다민영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1공영 1민영이 1공영 다민영보다 방송의 공영성을 더 보장한다고 볼 수 없다. 공영성에 관한 우려는 공·민영간 교차판매 허용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등장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도 여권의 미디어렙 법안 구상에 포함돼 있다. 한나라당의 한선교·진성호 안과 방통위 안은 모두 종편의 직접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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