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1910년 일본은 조선 강제 합병에 즈음해서 우리나라 신문, 잡지, 서점, 출판사를 이 잡듯이 뒤져 완전히 소탕했다. 정보나 지식의 씨를 말리자는 속셈이었다. 야만인 야만인 해도 일제와 같은 야만인이 어디 또 있겠는가! 1945년 8월 우리 민족은 일제의 쇠사슬에서 풀려났다. 그때도 우리 민족은 아무런 정보가 없어 준비도 못한 채 광복을 맞았다. 이렇게 일제는 우리 민족과 영토만 박살 낸 것이 아니라 온전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국내외 정세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지 않았다. 민족문화도 혹독히 탄압했다. 야수들이나 할 정보 탄압이며 문화 말살이었다. 1994년에는 북-미 대결로 한반도가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도 당시 국민들은 무슨 일이 있는지 잘 몰랐다. 또 97년 12월에 우리나라가 ‘난데없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일이 있다. 이 당시 나라는 파산 상태였고, 무수한 국민이 고통을 겪었다. 갑자기 일어난 일도 아닐 텐데 미디어는 이런 파국적 사태를 제대로 짚지 못했다. 오히려 실제와 정반대로 보도하는 신문도 있었다. 민족적 위기 사태가 생겨도 국민들은 정확한 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풍설에 의지했던 것이다. 이쯤에서 생각할 점이 있다. 지금 우리가 접하는 뉴스는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 것일까? 4대강 개발, 아랍에미리트 원전 공사 수주, 용산참사, 권력 관련 미디어 보도는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왜곡이고 거짓인가? 신문부터 방송에 이르기까지 많은 미디어는 입을 맞춘 듯이 우리나라가 태평성대를 누리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과연 그런가? 평상시에는 언론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다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사실과 배치되는 보도로 국가적 혼란과 피해를 증폭시켰던 것이 미디어요 저널리즘이다. 정보가 돈벌이나 권력을 목적으로 거래되는 물건으로 취급되면 거짓, 왜곡, 무책임으로 얼룩지게 마련이고, 그런 정보는 사회와 사람을 해치는 흉기가 된다. 정확한 정보의 부재로 국민과 국가가 얼마나 심각한 손실을 보았는지 미국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과 점령을 둘러싼 무수한 허위 정보 남발은 국민의 판단력을 오도했다. 미디어는 전쟁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전쟁으로 무수한 사람이 죽거나 다쳤고, 막대한 전비는 미국의 경제위기를 촉발했다. 언론의 자유에도 재갈이 물려졌고, 미국 민주주의도 물거품이 돼버렸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을 몰락시킨 요인 가운데 하나가 정론의 부재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미국 시민사회는 이를 고통스럽게 성찰하면서 미디어 집중을 해체하고자 백방으로 뛰고 있다. 또 이들은 사람 중심의 공공 미디어를 만들려고 하며, 1인 미디어, 지역 공동체 에프엠(FM) 라디오, 비영리 미디어 등 다양한 방식의 신정보 질서를 찾는다. 미국 시민들이 상업 미디어, 획일적 저널리즘에서 벗어나 민주적, 공공적 미디어의 중요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굳이 미국의 예가 아니라도 저널리즘을 표방한 미디어기업이 광고비를 받고 상품을 선전하며, 국가에서 특혜를 받으면서 국가 입맛에 맞는 정보를 만들어 국민을 통제하던 시대는 계속될 수 없다. 국민과 나라가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경인년 호랑이해인 올해는 정보 조작과 왜곡으로 치부하고 권력을 누리던 시대가 끝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나라가 돈과 권력에 찌든 무책임한 저널리즘 시대를 마감하는 정보해체혁명을 시작해서 진실과 정의를 구현하는 공명정대한 정보문명의 나라로 발돋움하기를 독자들과 함께 빌어본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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