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일방적 정부비판” 제재 검토…제작진 “언론의 기본 기능” 반박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4대강 관련 보도에 대해 공정성 조항을 들이대며 심의에 착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오는 27일 피디수첩 제작진을 전체회의에 출석시켜 4대강 사업 관련 보도 경위를 듣고 법정 제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앞서 피디수첩은 지난달 1일 ‘4대강과 민생예산’ 주제의 방송에서 정부가 가뭄 피해 예방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4대강과 관련이 없는 지역까지 포함시켰으며, 4대강 사업에 과다한 예산이 책정돼 서민 생활과 밀접한 복지예산이 축소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인 공정언론시민연대(공언련)가 “예산편성이 잘못됐음을 일방적인 시각으로 보도해 편파성이 부각됐다”며 민원을 제기했고, 방통심의위는 지난 12월14일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경고’의견)와 1월13일 전체회의(의견청취 후 징계수위 결정)를 열었다.
공언련과 방통심의위가 문제 삼는 부분은 크게 세가지다. 4대강 사업 예산과 감세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만 강조했고, 인터뷰 대상이 양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고, 민생 예산과 4대강 사업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의도적인 편집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피디수첩팀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언론의 기본적인 기능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또 4대강과 민생예산을 무리하게 연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해와 올해 전체 예산규모는 비슷한데, 4대강 예산만 늘었다면 경제학의 ‘풍선효과’ 원리에 의해서 당연히 다른 예산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안은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는 공정성 잣대(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 ‘공정성’ 조항)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공정성을 심의의 한 기준으로 집행하는 것은 논쟁적 사안에 대해 어느 한쪽의 입장을 취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공정성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도 “정부사업 비판은 언론의 전형적인 환경감시 기능으로, 어느 정도 편향성은 불가피하다”며 “게다가 공영방송의 역할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정부를 감시하는 것인데 기계적 균형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하라는 의미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진강 방통심의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프로그램이 3개의 꼭지로 이뤄져 있는데, 4대강 부분을 중간에 끼워넣어 마치 4대강 사업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편집하는 등 공정성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심의연구위원들에게 알아보도록 지시했다”며 “27일 회의에서 논의한 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피디수첩팀의 박건식 피디는 “정부가 노리는 것은 방송의 위축효과”라며 “징계 결정이 내려진다면 언론의 자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에 어긋나는 공정성 심의 조항에 대해 위헌 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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