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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MB정권, 피디수첩 패소했지만 ‘방송 겁주기’ 성공

등록 2010-01-26 17:07수정 2010-01-27 17:26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광우병보도 재판으로 본 ‘피디저널리즘의 위축’
정부·검찰 탄압 속 시사고발프로 사라져
피디들 ‘알아서 눈치 보는 자기검열’ 심화




<문화방송> ‘피디수첩’을 둘러싼 공방전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 1심 재판부가 무죄판결을 내렸으니 검찰과 보수언론의 패배로 귀결된 것일까? 현업 언론인들의 시각은 이런 상식적 추론과 다른 것 같다. 승자를 굳이 따지자면 현 정권이라는 게 그들의 판단이다. 1년 반이 넘도록 계속된 국가권력과 검찰의 집요한 탄압은 피디수첩으로 대표되는 ‘피디저널리즘’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왔다.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그들이 염두에 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피디저널리즘의 위축은 시사고발프로그램이 사실상 실종된 현실이 웅변한다. 출입처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기자들과 달리, 피디들은 전통적인 언론 영역에서 촉수를 들이대기 힘들었던 사회문제를 장기 취재를 통해 고발해왔다. 피디제작 프로그램이 소외계층을 대변하면서 기득권층과 충돌하는 일이 잦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제작진 직접 탄압 △인적통제를 통한 탄압 △검찰·감사원·방송통신심의위 등 국가권력기관을 동원한 탄압 등을 통해 피디저널리즘을 압박해왔다.

<한국방송> 시사프로그램이었던 ‘시사투나잇’의 운명은 상징적이다. 사회·권력 비판적 성격이 강했던 ‘시사투나잇’은 이병순 전 사장 취임 뒤인 재작년 가을 폐지됐다. 이어 사안의 360도를 두루 본다는 취지로 ‘시사360’이 신설됐으나 이마저 ‘생방송 세계는 지금’으로 대체됐다. 국내 대신 국제 현안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한국방송 6년차 피디는 “이병순 전 사장 체제에서는 프로그램 폐지와 제작비 쥐어짜기, 탐사기자·피디 방출 등으로 사실상 시사프로 해체작업을 했다면, 김인규 체제에서는 간부 충성심이 강화되면서 ‘알아서 눈치 보는’ 분위기가 아래로 전달돼 자기검열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비판적인) 아이템을 알아보다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확연히 늘었다”고 했다.

문화방송 피디수첩 역시 위축 효과의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피디수첩의 한 피디는 이를 “공포와 침묵”으로 요약했다. “권력 비판에 대한 동력이 떨어지고 프로그램 폐지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수준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달 1일 방영한 ‘4대강과 민생예산’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공정성 잣대에 올라 있다.


무죄판결 이후에도 전망은 밝지 않다. 문화방송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사실상 경영진 인사권을 틀어쥔 채 단체협약 개정 등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제작 자율성을 지켜내는 마지막 방어선이 단협의 ‘국장 책임제’라는 데에 내부 구성원들이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16년차 문화방송 피디는 “정권에 자유롭지 못한 방문진이 선임한 임원이 프로그램에 간섭하기 시작하면, 제작의 자율성은 아예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기자와 피디 직군 통폐합안의 가시화 여부도 피디저널리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취재는 기자, 제작은 피디의 영역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용역으로 진행중인 조직개편안은 4월쯤 나올 예정이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소외된 곳을 비추고 정책을 감시하는 피디저널리즘이 해냈던 영역을 기자들이라도 대체해야 하는데 대책 없이 사라지고 있다”며 “피디저널리즘이 죽었다기보다 시사고발 심층프로그램 전반이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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