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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방문진 감사…‘MBC 장악’ 우려 증폭

등록 2010-02-02 17:44수정 2010-02-02 19:17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다음주부터 MBC 감독임무 등 본격 감사
결과 근거로 ‘경영진 물갈이 시도’ 가능성
‘정연주 전 KBS사장 해임 과정’ 재연 우려




방문진 감사는 <한국방송>(KBS)의 재판이 될 것인가? 감사원은 지난달 27일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한 감사를 12년 만에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화방송 노조는 ‘방문진을 통한 문화방송 표적감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회사 구성원들은 2008년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에 대한 ‘먼지털기식 감사’로 무리한 해임 요구를 의결했던 감사원의 전력을 들추며 이번 감사가 문화방송 장악 시나리오의 일환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가 방송통신위와 산하기관 3곳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운영 감사’임을 강조하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영 감사원 홍보과장은 1일 “방통위 감사를 하면서 관련기관 3곳을 같이 하는 ‘계획감사’로 회계와 직무감찰 등 종합적인 운영 감사를 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달 25~29일 방문진 예산과 직원 인사자료를 제출받아 예비감사를 끝낸 뒤, 다음주 중 감사인력을 파견하는 본감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 과장은 “8일쯤 감사 인력 수와 감사 기간 등 범위가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88년 설립된 방문진에 대한 부분감사는 1992년과 98년 두차례 있었지만, 정기감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방문진의 문화방송 관리감독 임무에 대한 감찰이 문화방송 경영과 보도 영역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문화방송은 상·하반기 주요 업무보고와 반기별 운영계획 및 실적, 관계사 결산 및 평가 자료를 방문진 이사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한다. 감사원이 이런 문건을 검토하다 문화방송 쪽에 추가자료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노조는 우려한다.

노조는 1일 성명을 내 “방문진의 팔을 비트는 척하며 엠비시의 목을 조를 것”이라며 “경영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보도나 시사 프로그램은 감사 대상도 아니지만 어떤 형태로든 문제 삼으려 들 게 뻔하다”고 비판했다. 이근행 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은 “정부·여당은 엠비시 직접 감사를 위해 법을 개정하려 했으나 이게 잘되지 않자 방문진을 통해 들어온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 시점이 2월 말 문화방송 주총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문화방송 내부에서는 감사 결과 등을 근거로 방문진이 엄기영 사장에 대해 책임을 물어, 2월 주총에서 ‘경영진 전면 물갈이’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문화방송 한 간부는 “방문진이 경영진 공백을 두달가량 방치하고 있는 것은 때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감사원 감사가 첫 단계이고 2월 주총에서 경영진 전면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월 주총을 기점으로 경영진 전면 교체→노조 무력화→비판 프로그램 손보기로 이어지는 ‘문화방송 순치’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다.

감사 결과가 문화방송 옥죄기에 활용될 것은 확실하지만 엄 사장 퇴진을 밀어붙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자칫 6월 지방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으며 엄 사장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원도지사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올 10월 시작되는 지상파 방송 재허가 압박에 방문진 감사 결과가 활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감사원 결과로 사회적 분위기를 띄우고, 방통위가 바꾸려는 방송평가규칙을 들이대며 비판프로그램을 압박하려는 총체적 구도가 잡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홍재 방문진 여당 쪽 이사는 “문화방송 경영 감찰은 감사원이 할 일이 아니라 방문진이 1차적으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문화방송 표적감사’라는 반응은 기우”라고 말했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방문진 입장에서 감사를 환영할 수도 없고, 정부에 감사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구체적 일정과 내용에 대해서는 통보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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