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8일 본부장 선임 강행…야당·언론단체 반발
노조, 총파업 검토
노조, 총파업 검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여당쪽 이사들이 8일 오전 예정된 이사회에서 <문화방송>(MBC) 본부장 인사를 강행처리할 뜻을 거듭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엄기영 사장 사퇴 → 문화방송 장악’까지 노리는 정권 전략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야당과 언론단체, 문화방송 노조 등은 잇따라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해, 문화방송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최근 아이티 관련 사과방송은 사장이 그만둘 일이다. 그만큼 곳곳의 기강해이가 심각하다. 피디수첩도 면책받은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며 본부장 인사의 명분과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엄 사장이 지명한 사람들로 했더니 그동안 시행착오가 많았다. 다 문화방송 식구인데 누구는 (본부장) 후보가 되고 누구는 안 되느냐”고 말했다. 문화방송 안팎에선 김 이사장이 윤혁 부국장을 제작본부장으로, 황희만 울산문화방송 사장을 보도본부장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여당쪽 차기환 이사도 “엄 사장이 뉴엠비시 플랜을 통해 변화 약속을 한 이후에도 오보와 왜곡보도가 계속 일어나고 있으니 관리감독을 하는 방문진 입장에서는 엄 사장 생각을 다 받아주기 어렵다”며 방문진 뜻에 따른 본부장 인사 강행이 불가피함을 내비쳤다.
하지만 문화방송 구성원들은 방문진의 월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주만 문화방송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방송의 핵심이 보도와 제작인데 양쪽 본부장을 방문진이 직접 임명한다면 엠비시 경영을 직접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1988년 문화방송이 방문진 체제로 바뀐 이후 본부장 인사는 줄곧 사장이 행사해왔다. 특히 피디수첩을 지속적으로 공격해왔던 공정방송노조 출신인 윤 부국장이 제작본부장이 될 경우, 문화방송 시사프로그램들은 존폐 위기에 설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야당과 시민언론단체들은 이번 일이 엄기영 사장 사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방문진의 직접 지시를 받는 본부장들을 데리고 엄 사장이 같이 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엄 사장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정상모 방문진 야당쪽 이사는 “윗선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은데, 자기들 생각대로 본부장 인사를 한다면 그로 인해 벌어질 사태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김우룡 이사장의 사퇴까지 촉구하는 강도높은 성명을 발표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8명은 성명에서 “김 이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눈엣가시 같은 엄 사장마저 제거하는 ‘일석이조’를 노리는 듯 하다. 정권 편향 방송을 대놓고 만들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본부장 선임이 강행되고 엄 사장이 퇴진한다면, 총파업 투쟁 돌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