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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블로그] 동계올림픽 독점방송 논쟁 유감

등록 2010-02-18 17:13

밴쿠버 동계올림픽 방송 중계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서울방송>의 독점 중계를 놓고 벌어지는 공방이다. 서울방송이 <한국방송> <문화방송>과 함께 공동으로 중계를 하기로 약속을 해놓고서, 뒤꽁무니에서 단독 계약을 맺어 독점 중계를 하기로 한 것은 잘못이다.

신사협정을 어긴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후 세 방송사간에 중계권 배분 협상이 깨지고, 결과적으로 서울방송 단독 방송으로 귀결된 것이 꼭 서울방송의 탓만은 아니다. 시작이 나빴기 때문에 결과가 나쁜 것을 모두 서울방송에 돌리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안 봐도 뻔하지만 서울방송과 나머지 두 방송사는 김연아 출전하는 피겨스케이팅 경기 방송권과 돈을 놓고 줄달리기를 벌였을 것이다. 한국과 문화방송은 김연아 경기를 공동방송하자고 했을 것이고, 서울방송은 김연아 경기는 절대 내줄 수 없다거나 공동으로 하려면 엄청난 돈(?)을 내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김연아 중계로 광고 수입을 올리려는 세 방송사가 이를 놓고 줄달리기를 하는 것은 방송사의 생리상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결과는 협상이 깨졌다. 왜? 이건 추론이지만 한국과 문화방송 쪽이 말을 잘 듣지 않는 서울방송에 애국 마켓팅-즉 서울방송의 중계권 협상 과정의 파울 플레이로 온 국민의 관심사인 동계 픽이 제대로 보도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 공세-으로 보복을 가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두 방송사는 한국선수들이 메달을 땄는데도 거의 보도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애국마켓팅을 실시했다.

난 이번 중계권 협상에서 서울방송이 애초 파울을 범한 것은 잘못이지만, 이번 중계 파동이 가져온 긍정적인 부분도 상당히 있다고 본다. 사실 우리나라 방송들은 국민적 관심사가 있는 스포츠 경기의 경우 모든 방송사가 개떼처럼 달려들어 전부 방송을 하는 바람에 그 경기를 보고 싶지 않을 사람에게 전혀 채널 선택권을 주지 않는 폭력을 가해왔다. 2002년 축구월드컵 때 한국경기 방송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무리 국민적 관심사가 큰 경기라고 하더라도 모든 방송사가 빠짐없이 중계를 하는 것은 채널 선택권의 자유를 뺐는 것일 뿐 아니라 전파 낭비 행위이다. 이번 파동이 아무쪼록 중요한 스포츠 경기라도 모든 방송사가 중계하는 관례를 깨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다만 더 좋은 방안은 방송사가 공동으로 중계권을 따낸 뒤 서로 중복되지 않게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가 그렇다. 광고회사인 덴츠가 방송사를 대행해 중계권을 따낸 뒤 이를 방송사들이 고루 분배해 방송한다. 그런 방식으로 하면, 돈의 낭비도 막고 전파의 낭비도 막을 수 있다. 세 방송사는 이번 파동을 통해 이런 것을 배우기 바란다. 국민들도 한쪽의 주장에 너무 휩쓸리지 말고, 이런 중계 방식이 정착되도록 합리적 목소리를 내는 게 채널의 선택의 자유도 확보하고 국비의 낭비도 막는 길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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