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도 SBS 단독중계? 방통위 “시장 존중”.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손놓고 있다가 뒤늦게 ‘보편적 시청권’ 침해 조사
법적 하자 찾기 어려워…적극적 중재 없으면 재발
법적 하자 찾기 어려워…적극적 중재 없으면 재발
<에스비에스>(SBS)의 겨울올림픽 단독중계가 사회적 논란을 확산시키면서 에스비에스가 독점중계권을 확보한 2016년까지의 여름·겨울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의 중계방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상파 간 협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지상파 3사 보도본부장과 스포츠국장을 불러 월드컵 중계에 대한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현재까지는 ‘시장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태도다. 적극적인 중재보다는 방송사 간 협상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이런 소극적 태도와 방송사 간 견해차가 맞물릴 경우 민영방송의 단독중계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겨울올림픽 공동중계 협상을 사실상 수수방관했던 방통위는 뒤늦게 에스비에스의 ‘보편적 시청권’ 충족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기 위해 90% 이상의 시청이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를 각 사를 방문해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문제이기 때문에 관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영 방통위 방송운영총괄과장은 이에 대해 “사업자들 간의 자율적인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한 얘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의 스포츠 중계 문제는) 사전에 협상이 잘되도록 유도하겠다”며 “지금 어떤 구체적인 지침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노영환 에스비에스 홍보부장은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제 역할은 내팽개친 채 돈 되는 경기에 뒤늦게 참여해 앙꼬를 빼먹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해 중계권을 섣불리 양도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반면 박영문 <한국방송>(KBS) 스포츠국장은 “이번 올림픽 단독중계 문제는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며 “다만 앞으로는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합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화방송>(MBC)도 에스비에스가 합리적인 금액을 요구하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단독중계를 하고 있으나 에스비에스는 일단 법이 규정한 90% 이상의 가시청 가구 비율을 충족하고 있다. 실제 방송법 시행령 60조3항에는 올림픽과 월드컵은 국민 전체 가구 수의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에스비에스는 9개 지역 민영방송을 통한 송출을 포함하면 가시청 가구 수가 전체의 94%에 이른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배제된 보편적 시청권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정용준 전북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공영방송 중심의 방송제도 배경에서 보편적 시청권이 도입됐다고 할 수 있다”며 “따라서 공영방송이 배제된 보편적 시청권은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실제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법제화가 돼 있지 않은 일본도 관례적으로 공영방송인 <엔에이치케이>(NHK)가 주관사가 돼서 민영방송과 함께 국제 스포츠 경기 중계권을 공동으로 따낸다. 일부에서는 에스비에스가 케이블 재전송을 빼면 가시청 가구 비율 90%를 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 안테나로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약 17%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에스비에스가 케이블사업자들에게 재전송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데, 만약 케이블이 재전송을 하지 않는다면 에스비에스 가시청 가구 비율은 현저하게 떨어져 보편적 시청권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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