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문화방송>(MBC) 사장으로 선임된 김재철 청주문화방송 사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신임 사장 선출을 위한 면담을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김재철 새 사장, 면접서 ‘피디수첩’ 손볼 뜻 밝혀
지방선거·세종시·4대강 등 정권 편향보도 우려
노조 “낙하산 막겠다” 파업 등 총력투쟁 예고
지방선거·세종시·4대강 등 정권 편향보도 우려
노조 “낙하산 막겠다” 파업 등 총력투쟁 예고
방송문화진흥회가 친한나라당 성향을 강하게 보여온 김재철씨를 <문화방송>(MBC) 새 사장에 선임함으로써, 정권의 ‘방송장악’은 사실상 완결 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많다. 대통령 선거참모 출신을 통해 <한국방송>(KBS)을 틀어쥔 데 이어 이번에는 노골적인 친여 행보를 보여온 김 사장을 내세워 ‘엠비시 장악’에 나섰다는 것이다. 문화방송 안팎에서는 김 사장이 취임 이후 정권의 의중을 살펴 ‘피디수첩’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제하고 보도에 직접 간여해 방송의 독립성을 후퇴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김 사장의 출근부터 확실히 막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등 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어 ‘엠비시 개조’가 순탄하게 진행될진 두고 볼 일이다.
김 새 사장은 문화방송 안에서 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통령과의 오랜 교분은 정치부 기자 시절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문화방송 사장 시절인 2007년 모친상을 당했을 땐 대선 준비로 바쁜 이 대통령이 직접 조문했고, 취임 뒤인 2008년 7월 이 대통령이 충청북도 도청에 업무보고를 받으러 방문했을 땐 청주문화방송 사장 신분으로 청주공항 활성화 방안을 직접 브리핑했다.
이런 이유로 경영진 교체 이후 방송독립성 후퇴를 염려하는 문화방송 구성원들은 가장 우려하는 사장 후보로 그를 꼽았다. 노조가 26일 성명에서 김 사장을 ‘방문진의 용병’이자 ‘정권의 낙하산’으로 규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김재철 사장은 엄기영 전 사장이 사퇴하기 전부터 후임자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던 사람”이라며 “방문진이 인사를 했지만 사실상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방송의 한 고참급 기자는 “정권은 누구를 보내든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어차피 부딪칠거라면 확실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이 좋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김 사장이 특보, 또는 참모 출신 사장이 아닌 점도 정권으로서는 부담이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새 사장이 정권의 의도를 충실히 따를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당장 코앞에 다가온 6월 지방선거나 세종시나 4대강 등 정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사안에 대해 문화방송이 ‘한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도나 시사 프로그램의 논조 및 내용 변화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시사교양국의 부장급 피디는 “정권에서 불편하게 생각했던 권력 비판적인 시사 프로그램 손보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김 신임 사장은 이날 방문진 면접에서 “피디수첩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리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방문진도 그동안 지속적으로 ‘피디수첩’을 공격했고, 일부 이사는 ‘시사 매거진 2580’, ‘후 플러스’, ‘피디수첩’의 통폐합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가 그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노조는 27일부터 출근저지투쟁에 나서고 2단계로 사장실 점거 농성까지 계획하고 있다. 노사가 강하게 부딪힐 경우 공권력 투입과 총파업 등이 연쇄적으로 맞물리면서 사태가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이미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파업을 결의해놓고 있다. 시민사회 진영도 야5당과 함께 이날 당장 ‘엠비시 사수시민행동’을 꾸리는 등 전면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엠비시는 빛나는 투쟁 경험을 갖고 있다”며 “출근저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낙하산 경영진을 몰아내고 공영방송 엠비시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야당과 노조,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를 통해 저항하면, 정권도 쉽사리 공권력 투입 등의 강수를 두진 못할 것”이라며 “문화방송 사태는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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