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2년 방송·신문의 변화
[집중진단 이명박 정부 2년] ③ 언론 언론인들이 본 2년
정권이 경영진 교체 강행
내부반발 뚫고 보도통제
기자들 싸움 지쳐 무력감
일부 자기검열 현상까지 <한국방송>(KBS) 김경래 기자는 2008년 정연주 전 사장 강제해임 이후 계속해온 팻말시위가 이젠 지겹다. <문화방송>(MBC) 김주만 기자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선임한 새 사장과 임원들 출근저지투쟁을 벌이느라 날마다 새벽잠을 설친다. 기자들의 일상이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2년의 풍경이다. ■ 저널리즘의 후퇴 그리고 체념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단행된 언론구조 개편 시도는 한국 언론인들 삶도 뒤바꿔 놨다. 김경래 기자는 “대통령 선거참모 출신 사장과 사사건건 부딪히고 실랑이 하다보면 취재하고 기사 쓰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지쳐간다”고 토로했다. 반복되는 낙담 속에서 어떤 기자는 휴직을 택했고, 어떤 기자는 유학을 떠났다. 와이티엔 해직 기자들은 지난해 해고무효 소송 1심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취재 현장으로의 복귀를 기약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의 언론사 경영진 교체는 곧바로 저널리즘의 후퇴를 낳았다. 김경래 기자는 “케이비에스가 오랜 시간 힘들게 쌓아온 저널리즘의 상식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보도국에서 정부 비판적 사안을 꺼내는 순간 ‘친이명박-반이명박’ 구도에 묻혀 논쟁 자체가 안 된다”며 “시청자들은 지금의 케이비에스를 믿을 만한 언론사로 봐주지 않는데, 망가진 보도 역량을 어떻게 회생시킬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문화방송 기자들은 ‘한국방송의 전철을 밟을 수 없다’는 위기감으로 팽팽하게 긴장해 있다. 한 간부는 “정권이 파상공세로 밀어붙인다. 새로 선임된 김재철 사장이 보도·프로그램 개편과 구조조정 및 소유구조 개편을 한꺼번에 추진하려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주만 기자는 “지금 엠비시 기자들은 정권과 직접 싸우고 있다”며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힘든 싸움이지만 피해를 감수하면서라도 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청주문화방송 사장이 새 <문화방송> 사장에 선임된 것을 규탄하려고 전국에서 모인 문화방송 노조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민주광장에서 비상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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