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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친MB에 막혀 비판보도 비틀 ‘기자들 몸살’

등록 2010-03-01 19:43

이명박 정부 2년 방송·신문의 변화
이명박 정부 2년 방송·신문의 변화
[집중진단 이명박 정부 2년] ③ 언론 언론인들이 본 2년




정권이 경영진 교체 강행
내부반발 뚫고 보도통제
기자들 싸움 지쳐 무력감
일부 자기검열 현상까지

<한국방송>(KBS) 김경래 기자는 2008년 정연주 전 사장 강제해임 이후 계속해온 팻말시위가 이젠 지겹다. <문화방송>(MBC) 김주만 기자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선임한 새 사장과 임원들 출근저지투쟁을 벌이느라 날마다 새벽잠을 설친다. 기자들의 일상이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2년의 풍경이다.

■ 저널리즘의 후퇴 그리고 체념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단행된 언론구조 개편 시도는 한국 언론인들 삶도 뒤바꿔 놨다. 김경래 기자는 “대통령 선거참모 출신 사장과 사사건건 부딪히고 실랑이 하다보면 취재하고 기사 쓰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지쳐간다”고 토로했다. 반복되는 낙담 속에서 어떤 기자는 휴직을 택했고, 어떤 기자는 유학을 떠났다. 와이티엔 해직 기자들은 지난해 해고무효 소송 1심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취재 현장으로의 복귀를 기약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의 언론사 경영진 교체는 곧바로 저널리즘의 후퇴를 낳았다. 김경래 기자는 “케이비에스가 오랜 시간 힘들게 쌓아온 저널리즘의 상식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보도국에서 정부 비판적 사안을 꺼내는 순간 ‘친이명박-반이명박’ 구도에 묻혀 논쟁 자체가 안 된다”며 “시청자들은 지금의 케이비에스를 믿을 만한 언론사로 봐주지 않는데, 망가진 보도 역량을 어떻게 회생시킬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문화방송 기자들은 ‘한국방송의 전철을 밟을 수 없다’는 위기감으로 팽팽하게 긴장해 있다. 한 간부는 “정권이 파상공세로 밀어붙인다. 새로 선임된 김재철 사장이 보도·프로그램 개편과 구조조정 및 소유구조 개편을 한꺼번에 추진하려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주만 기자는 “지금 엠비시 기자들은 정권과 직접 싸우고 있다”며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힘든 싸움이지만 피해를 감수하면서라도 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청주문화방송 사장이 새 <문화방송> 사장에 선임된 것을 규탄하려고 전국에서 모인 문화방송 노조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민주광장에서 비상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김재철 청주문화방송 사장이 새 <문화방송> 사장에 선임된 것을 규탄하려고 전국에서 모인 문화방송 노조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민주광장에서 비상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비판에 소극적인 언론사 분위기는 기자들을 자기체념으로 전염시키고 있다. 엄경철 기자(언론노조 한국방송 본부장)는 “데스크와의 치열한 논쟁을 거쳐야 제대로 된 보도가 가능한데 새 사장이 와서 바꾼 데스크가 정부 비판기사 출고를 차단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케이비에스 기자들은 양심에 따라 취재하고 날선 비판기사를 쓰는 일을 자꾸 회피하게 된다”며 “기자들 사이에선 자주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슈가 많은 부서를 지원하려 하지 않는 현상도 발생한다. 결국 조직은 죽고 기자들은 무력감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의 자괴감은 특정 언론사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중도지’를 표방하는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현 정부 들어 기자들의 자기검열이 부쩍 심해졌다”며 “한 예로 데스크들은 ‘촛불’이 언급되는 기사 자체를 싫어하니까 기자들도 쓰겠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게 돼버렸다”고 말했다.

■ 다른 평가 보수매체 언론인들의 평가는 다르다. 매체명과 이름을 익명 요청한 한 보수신문의 기자는 “대기업과 신문이 방송에 들어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종합편성채널 허용 시점이 늦어지면서 정치적 의혹도 생기고 있다”면서도 “규제를 푼다는 점에서 현 정부 언론정책의 큰 틀은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김인규 케이비에스 사장을 두고 ‘낙하산’이란 이야기도 있지만 내부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부분도 있어 현재 논란은 좀 과한 것 같다. 엠비시도 새 사장이 온다고 해서 쉽게 바뀔 거라고 보지 않지만, 엠비시가 변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상실감 지역 언론인들의 상실감도 커졌다. 신문사간 인수합병을 가능케 한 한나라당 신문법 개정안과 지역 광고시장 붕괴를 초래할 민영미디어렙 및 종합편성채널 도입은 지역언론들을 위협하고 있다.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뉴미디어부장은 “머지않아 지역신문들은 서울 대형 신문들의 지역 계열사로 편입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지역언론을 언론이 아닌 경제적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때 뉴미디어의 총아로 떠올랐던 인터넷 언론의 위상도 벽에 부딪혔다. 장윤선 <오마이뉴스> 기자는 “이명박 정부가 조중동 등 친여매체와 올드 미디어 중심의 옛 언론 시스템을 복원하면서 지난 정부 시절 대안매체로 성장해온 인터넷 언론은 이등매체로 떨어진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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