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이명박 정부 2년]
정부, 인사 장악 뒤 보도 장악
언론 정부감시 줄고 권력홍보엔 열 올려
정부, 인사 장악 뒤 보도 장악
언론 정부감시 줄고 권력홍보엔 열 올려
‘방송의 보수화·연성화+입 닫은 신문=보도 내용 장악’.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만에 산출된,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요약하는 공식이다. 출범 첫해 단행한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 강제해임과 구본홍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의 <와이티엔>(YTN) 사장 선임 등이 ‘신문의 침묵’과 맞물려 언론 보도 전반의 비판성을 거세했다는 평가다. 정권이 극심한 혼란을 무릅쓰고 교체한 경영진이 총대를 메고 자사 보도·프로그램의 정부 비판적 논조를 순치시키는 공통의 메커니즘이 톡톡한 ‘결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2008년은 인적 교체를 통한 경영진 장악 과정이었다면, 2009년은 교체된 경영진을 통한 내용적 장악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며 “특히 케이비에스는 경영진 교체 뒤 정부 홍보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방송의 독립성을 상실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조승호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 위원장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케이비에스와 와이티엔은 유사한 길을 걸어왔다. 경영진이 바뀌자마자 ‘시사투나잇’·‘미디어포커스’(한국방송)와 ‘돌발영상’(와이티엔) 같은 권력감시 프로그램들을 폐지 혹은 유명무실화하며 시청자들에게 정치 무관심과 혐오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2월26일 친이명박 색채가 뚜렷한 김재철씨가 문화방송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정권의 방송 장악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완성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 방송 ‘정부 국정철학을 구현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공영방송관’(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2008년 7월 <신동아> 인터뷰 발언)은 한국방송에서 사실상 관철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인규 사장 취임 후엔 보도·교양·오락·음악·드라마 전 분야에서 정권 입장을 반영한 프로그램들이 제작되고 있으며, 선거를 앞두고 여권 인사들까지 대거 출연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대통령 미화·업적 홍보 및 정부 정책 옹호는 급증한 반면, 정부 비판 목소리는 축소하는 ‘급격한 보도 변질’이 시청자들의 수신료 거부 운동까지 촉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케이비에스 뉴스만 보는 국민들은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이 일을 잘해 세상이 조용하고 편안해졌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비판이 사라진 케이비에스 보도가 50%를 넘나드는 이 대통령 지지율의 비밀”이라고 말했다. 문화방송에서도 비판보도 약화 기류가 감지된다. 최근 발행된 문화방송 노조 민실위 보고서는 “핵심 쟁점을 다루지 않거나 민감한 사안에 대한 후속 보도들을 중단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며 “세종시 관련 특종(세종시 수정안이 1년 전부터 계획됐다는 문건 확보)과 독립영화 엉터리 심사, 촛불재판 배당기록 공개 판결 등은 뉴스(‘뉴스데스크’)의 20번째 이후로 배정됐다”고 지적했다. 보도국 한 기자는 “합리적이란 평을 받았던 데스크급 선배들이 정권이 바뀌면서 알아서 자기검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청와대 기사의 경우 비판적 시각 없이 사실만을 나열하는 기사가 빈번해지면서 한국방송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재철 신임 사장이 피디수첩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와 공정방송 조항이 핵심인 단체협약 개정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화방송의 ‘보도 위기’ 우려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주요 방송들의 보도 순치는 ‘두 번의 선거를 방송 때문에 졌다’고 말해온 여권이 ‘지상파 대체재’로 추진해온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 신문 현 정부에서 나타나는 신문 보도의 가장 큰 특징은 종편 선정 국면을 고려한 ‘침묵의 카르텔’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종편 노예’ 발언은 정부 심기를 거스르는 보도를 극도로 자제하는 조선·중앙·동아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등 ‘정권의 양지’는 적극 띄우면서도,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 녹취록 파문 등 ‘정권의 음지’ 확산을 적극 차단하는 모습은 한국방송 보도와 닮은꼴이다. 정부 비판 여론 무마를 위해 들이댄 ‘이중잣대’는 방송보다 더 두드러진다. 조중동은 참여정부 때 엄격했던 고위 공직자 후보의 도덕성 기준을 정운찬 총리 후보에겐 ‘자질이 우선’이라며 느슨하게 적용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언론고문을 지낸 서동구씨의 사장 취임을 반대했던 동아가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참모 출신인 김인규씨의 한국방송 사장 취임을 ‘적법하다’고 주장한 것도 한 예다. 반면 조중동은 자사의 종편 준비 상황엔 대폭 지면을 할애하며 사업자 선정을 압박하고 있다. 정연우 교수는 “조중동은 종편 때문에 권력에 적극적으로 영합해왔다”면서도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정부에 힘이 빠지고 하반기 종편 선정에서 탈락할 경우 정권과 각을 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